숲속에서 과자집을 발견한 ‘헨델’과 ‘그레텔’의 동화속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 있답니다 매년 5월 중순 필리핀 ‘루끄반’에서 열리는 파히야스 축제에 가면 우린 또 다른 모습의 헨델과 그레텔이 됩니다 이곳 루끄반의 작은 읍내 집들은 파히야스 축제 기간에 ‘키핑’이라는 오색 쌀 과자로 꽃 장식을 만들어 집 밖에 걸어 놓습니다 여기에다 외벽에는 야자나 바나나 혹은 토마토와 무 등으로 장식해 읍내 전체를 동화 나라로 꾸며 놓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중세의 고풍미를 간직한 성당에서는 하루 종일 미사가 열리고 그 앞마당부터는 먹거리 볼거리 장터가 형성돼 작은 도시 전체를 채우고 있답니다 부코잎으로 촘촘히 엮은 모자와 맹고 주스에 즉석 쌀 과자까지- 여기에 눈썰미 좋은 이는 실물보다 더 정교한 남근(男根) 재떨이도 장만 할 수가 있답니다 온갖 모양새의 과자가 추녀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에서는 아이들은 침을 질질 흘리고 어른들은 고개가 점점 삐뚤어 집니다 가진 돈 없어도 보는 것만으로 부자가 되고 하루 종일 돌아 다녀도 다리 아픈 것 모르게 하는 마력은 이곳이 동화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서도 외진 곳 마닐라에서 서너시간 달려야 도착하는 루끄반이지만 꽃과자 구경에 그 맛을 보러 별의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내가 구경꾼이 되고 내가 다시 구경꺼리가 돼야 하는 그런 세계랍니다 촘촘히
박힌 사람 그림자 속에 히죽거리고
서 있는 코쟁이나 이름 석자 넣은 반지 목걸이를 단돈 10폐소에 샀다며 기뻐하는 한국 여학생들의 미소도 여기 다 모여 있습니다 가난 하지만 멋과 맛을 아는 상하의 낭만자들이 죄다 예 모인 것 같습니다 필리핀 루손섬의 맨 남쪽 끝 루끄반에서 펼쳐지는 파히야스 축제는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모두가 동화속의 헨델과 그레텔이 된 답니다 어느 한 세월 인연 닿으면 꼭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누구라도 과자나라 꽃나라의 주인공이 될 수가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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