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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동화속 나라 '파히야스' 축제

by 고향사람 2006. 5. 25.

숲속에서 과자집을 발견한

‘헨델’과 ‘그레텔’의 동화속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곳이 있답니다


매년 5월 중순

필리핀 ‘루끄반’에서 열리는

파히야스 축제에 가면

우린 또 다른 모습의

헨델과 그레텔이 됩니다


이곳 루끄반의 작은 읍내 집들은

파히야스 축제 기간에

‘키핑’이라는 오색 쌀 과자로 꽃 장식을 만들어

집 밖에 걸어 놓습니다


여기에다 외벽에는 야자나 바나나

혹은 토마토와 무 등으로 장식해

읍내 전체를 동화 나라로 꾸며 놓습니다


마을 한 가운데

중세의 고풍미를 간직한 성당에서는

하루 종일 미사가 열리고


그 앞마당부터는

먹거리 볼거리 장터가 형성돼

작은 도시 전체를 채우고 있답니다


부코잎으로 촘촘히 엮은 모자와

맹고 주스에 즉석 쌀 과자까지-

여기에 눈썰미 좋은 이는 실물보다 더 정교한

남근(男根) 재떨이도 장만 할 수가 있답니다


온갖 모양새의 과자가

추녀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에서는

아이들은 침을 질질 흘리고

어른들은 고개가 점점 삐뚤어 집니다


가진 돈 없어도

보는 것만으로 부자가 되고

하루 종일 돌아 다녀도

다리 아픈 것 모르게 하는 마력은

이곳이 동화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필리핀서도 외진 곳

마닐라에서 서너시간 달려야 도착하는 루끄반이지만

꽃과자 구경에

그 맛을 보러 별의별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내가 구경꾼이 되고

내가 다시 구경꺼리가 돼야 하는

그런 세계랍니다


촘촘히 박힌 사람 그림자 속에
전통 공예품 한 점 사들고

히죽거리고 서 있는 코쟁이나

이름 석자 넣은 반지 목걸이를

단돈 10폐소에 샀다며 기뻐하는

한국 여학생들의 미소도

여기 다 모여 있습니다


가난 하지만 멋과 맛을 아는

상하의 낭만자들이

죄다 예 모인 것 같습니다


필리핀 루손섬의 맨 남쪽 끝

루끄반에서 펼쳐지는 파히야스 축제는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모두가 동화속의 헨델과 그레텔이 된 답니다


어느 한 세월 인연 닿으면

꼭 한번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누구라도 과자나라 꽃나라의

주인공이 될 수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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