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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필리핀 고아원 - 하트랜드 2회

by 고향사람 2017. 12. 14.

-전편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하트랜드의 아이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가장 큰 아이는 고등학생이고 막내가 초딩입니다.

한 방에 2층 침대를 놓고 두셋이 사용하고 있는데-

화장실이 딸려 있고 옷장도 있어 나름 구색은 갖추고 있었습니다.

 

방 좀 보자고 하면 예나 지금이나 마찮가지로 난리를 핍니다.

문을 막아서고 옷자락을 잡고-

방안이 엉망이라는 거죠^^

 

내 방은 더 지저분하다며 그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면

역시 너저분합니다. 그런데 그게 잘 정돈된 것 보다 더 정이 가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전에는 꼭 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 갔었는데 이번에 일찍 갔습니다.

이달 20일 미국 여행 일정이 잡혀 있어 서두른 셈입니다.

특히 이번 방문에서는 아이들과 식사를 같이 한 게 좋은 추억이 됐습니다.

반면 가슴이 아리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밥상을 보니 일식일찬(一食一餐)이었기 때문입니다.

또래의 한국 아이들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밥상이었지만

웃고 떠들며 맛나게 먹는 모습을 보니 왜 그리 허전한 생각이 드는지요.

 

나 역시 접시에 한 가지 반찬을 올려 놓고 식사를 했지만-

그게 잘 넘어가질 않습니다.

국물없이 밥을 잘 먹지 못하는 나이라서 그런 것 만은 아닐텐데 말입니다.

-살라맛 잘 먹었습니다.

 

식사후 아이들에게 가지고 간 선물을 나눠줬습니다.

이번엔 실속?있는 선물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이심전심(以心傳心)이었을까요.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학용품과 과자, 그리고 개인용돈은 늘상 하는 선물이지만

이번엔 대형타월과 담요를 특별 선물로 줬습니다.

산간 지역이라 밤이면 기온이 많이 내려가는데 이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신경 좀 쓴 겁니다

 

-따뜻한 담요속에서 내 생각 좀 하려나^^

 

하트랜드 원장님과의 짧은 대화중 그녀가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해가 갈수록 후원자가 줄어 든다는 겁니다.

이제 정규적으로 후원하는 이는 나와 아우밖에 없노라며 말입니다.

 

지난 9월에 쌀과 부식을 가지고 방문했을 때도 그런 이야기가 없었는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은근 부담이 됩니다.

나 역시 한국에 나가면 언제 다시 들어 올지 모르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그런 말까지 했다가는 너무 가혹?한 현실이 될 것 같아

미소로만 답했습니다.

 

가난-

나랏님도 구제 못한다는 것인데

필리핀 가난을 누가 해결해 줄수 있을까.

돌아 오는 승용차 안에서 많은 생각을 했지만 도시 답이 없습니다.

 

하트랜드(heartland)-

달래 하트랜드려나. 따뜻한 심장이 뛰는 한 누군가라도 이곳을 기억하겠지.

다만 내 가슴엔 그곳에서 본 낡은 세탁기가 못 박혀 버렸습니다.

-저걸 바꿔줘야 하는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