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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벌집 소탕작전???

by 고향사람 2017. 8. 29.

  

필리핀에서 고향집으로 돌아 와 제일 먼저 한 일은

당연히 집안 청소였습니다.

1년 반 정도 비워둔 시골집은 엉망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집 안팎을 대충 정리하고 나서는 잡초로 뒤덮인 뒷곁 텃밭과

장독대 앞 잡풀을 제거했습니다.

그런데 여우가 살 만큼 잡초가 우거져 있는데

여우는 보이지 않고 대신 벌집이 숨어 있었습니다.

 

오른쪽 팔뚝에 벌침이 박혔는데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대못에 찍힌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때는 벌집이 있다기 보다는 풀숲에 숨어 있는 벌을 건드렸거니 했는데-

어제 다시 풀을 뽑다가 이번엔 동시 다발로 벌침을 맞았습니다.

 

너댓방을 쏘이고 나니 정신 아득할 정도였습니다.

손등이 퉁퉁 붓고 종아리도 평소의 두 배는 돼 버렸습니다.

낫이며 호미를 팽개치고 도망나와 생각해 보니

은근 화가 나고 당장이라도 벌집을 소탕해 버리고 싶었습니다.

 

근데 내 몸이 엉망이라-

우선 병원에 가서 상황을 이야기 하니 주사 한 방에

3일치를 지어 줍니다.

주변 사람이 말벌에 쏘여 보름간이나 입원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겁이 나 무조건 병원부터 찾은 겁니다^^

 

다행이 증세가 좀 호전돼 다시 뒷곁으로 가 봤습니다.

벌집이 있을 만한 곳에 있던 잡목을 베어 내고

땅도 파 봤습니다. 한 참을 그러던 중 내가 베어낸 나뭇가지에

어른 주먹 두 개쯤 되는 벌집이 보였습니다.

 

스프레이 모기약 두 통을 들고 나가 쌍권총 쏘듯 뿌려 댔더니

벌들이 맥없이 땅에 떨어 집니다.

웬만하면 참고 말려고 했었는데- 두 번이나 그것도 동시다발로

벌침을 맞고 보니 자비가 다 사라져 버렸던 겁니다.

 

아직도 벌침 맞은 곳이 얼얼하지만 그래도 후환을 없앴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 졌지만 성질 더러운 놈?에게 몰살당한 벌에게는

미안한 생각도 듭니다.

-그러길래 왜 침을 쏴-

내 궤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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