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바오 시티 인근에서도 드릴링 작업을 하는 한국팀이 있었나 봅니다.
우리가 일하는 까가얀데오로와는 정반대 방향이고
거리도 서울-부산 만큼이나 떨어져 있는 곳이라 통 몰랐었는데-
업종이 같다보니 우연같은 필연으로 만날 일이 생깁니다.
우리 보다 늦게 팀을 꾸려 온 것 같은데-
불행하게도 2공을 뚫는데 한 공도 다 완성을 못한채
햄머드릴을 홀에 빠뜨렸다는 겁니다.
덕분에 6개월 이상 일을 못하고 있었다니 안 봐도 비디오입니다.
이런 상황에 모른체 할 수도 없는지라 우리 팀 중 가장 고령자이자
최고 솜씨를 뽐내는 김사장님을 빌려?드렸습니다.
현장을 확인하고 돌아 온 김사장님 왈.
-거시기 뭐 한나절이면 햄머드릴이랑 다 올릴 수 있을겨.
앉은놈 턱 걷어차기 만큼한 일도 아니라는 듯 쉽게 말하는 지라
얼른 코러스를 넣었습니다.
-김사장님 설령 쉽게 할 수 있더라도 일할 땐 죽는 시늉좀 해유.
그래야 상대가 일이 힘든가보다 하지. 증말 앉아 있는놈 턱 차기만큼 쉽게
해 버리면 그 사람들이 수고했단 소리도 안할규.
이튿날 장비를 가지고 간 김사장님.
정말 반나절만에 모든 걸 해치우고 당신 드릴링 현장으로 갔다는 겁니다.
-아따 뭔 충청도 양반이 그렇게 승질도 급한지.
죽는 소리 좀 하다 꺼내줘야 막걸리 한 잔이라도 제대로 얻어먹지 원.
암튼 일을 잘 끝내서 다행이긴 한데 뭔가 좀 허전하긴 합니다.
아마도 막걸리를 못 얻어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역시 한국 최고 기술자들만 모여 있는 우리 일터가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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