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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내가 다 살게요-

by 고향사람 2016. 8. 20.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

그건 한국에서만 통용하는 속담인줄 알고 있었는데

필리핀서도 잘 통하는 줄 어저께 알았습니다.


제네럴산토스 드릴링 현장 중 내가 일하는 곳은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산 능선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변에 민가도 없어 전기는 물론 식수를 구하러 나가려 해도

차로 20여분 이상 가야 하는 곳입니다.


그런 이곳에 어저께는 노인 행상이 찾아 온 겁니다.

곱게 싼 보따리에는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튀김만두 쯤 돼 보이는

음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종류도 단촐해서 튀김만두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젊은이도 오르 내리기 벅찬 이 산중까지 먹을 것을 팔러 온 겁니다.

그것도 60이 넘어 보이는 노인네가 말입니다.

필리핀 직원들도 거들떠 보지 않는 음식을 만들어 가지고 말입니다.


우리가 이곳서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소문을 들어 알았는지-

그렇다곤 해도 음식을 만들어 이곳까지 가지고 와 팔 생각은 어찌 들었는지-

암튼 우리를 상대로 한 첫 장사라 은근 걱정이 많았던지

가지고 온 물건도 수량이 아주 적었습니다.


물론 피노이 직원들은 할머니가 만들어 온 음식에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 모양생가 괘씸해 내가 말했습니다.

-할머니가 가지고 온 음식 내가 다 산다고 전해라.

말이 제대로 전달이 됐는지 할머니 얼굴이 펴지는 가 싶더니

음식 보따리를 통째로 가지고 와 풉니다.


가격을 물으니 한 참을 더듬거리다가 1백 페소만 달라는 겁니다.

우리 돈 2500원입니다.

고맙다며 고개를 몇 번씩이나 끄덕이다 가볍게 산 길을 내려가는

할머니 등을 보니 갑자기 사는 게 뭔지 싶어집니다.


팔릴지 안 팔릴지 몰라 조마조마 한 심정으로 음식을 만들었을 테고

한국의 삼복더위보다 더 한 날씨에 산길을 올라 오면서

또 얼마나 많은 생각에 젖었을지-


이날 할머니 음식을 직원들이 아무 생각없이 먹는 것 같아

모조리 빼앗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느들이 저 할머니 맘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봤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가진자들의 삶과

없는 자들의 삶-

그 턱이 없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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