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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돈 좀 빌려주세요’

by 고향사람 2016. 8. 22.


세상살이 하다 보면 좀 만만해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납니다.

한국에서도 그랬는데 필리핀 사람들 눈에도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출장이 잦다보니 한 호텔서 한 달 이상 머물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호텔 주방장에서 청소하는 아주머니 카운터 아가씨 등

점점 아는체 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또 주변 음식점과 깐띤(구멍가게) 주인,

더러는 마사지샾에서 일하는 이들까지도 안면을 트게 됩니다.

날마다 혹은 자주 만나게 되는 이들이니 어쩔수 없습니다.


상황이 눈 인사에서 말을 틀쯤이되면 으레 사정을 해 옵니다.

-우리 아이가 열이 펑펑 난다

-남편이 도망가 버렸다

-집에 쌀이 떨어졌다


결론은 500페소 혹은 1000페소만 빌려 달라는 말인데-

내게 사정을 해 오는 이들 모두가 어쩜 그렇게도 레퍼토리가 똑 같은지.

처음에는 열심히? 도와 줬습니다.

갚지 않아도 된다는 친절한 멘트까지 전해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매번 똑 같은 상황을 맞다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아하. 이들 눈에도 내가 만만한 사람이구나^^

그동안 돈 빌려주고 못 받은 것만 계산해도 엄청난데-

필리핀까지 와서 또 당해야 하나 싶어 집니다.


오늘 아침은 새벽부터 문자가 왔는데-

자주가는 음식점 아가씨였습니다.

음식 나오는 속도가 너무 느려 호텔서 미리 주문하고 시간 맞춰

나가는 집인데- 그 전화번호를 어찌 알고 했는지.


결국 딸내미 병원비가 없으니 돈 좀 빌려 달라는 겁니다.

한 달 가까이 그 집을 다니면서 그 아가씨가 싱글맘이라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된 겁니다.


만만한 사람-

세상 살아가기 참 벅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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