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특별한 날이지만
엄니 돌아가신 뒤 맞은 올해 생일은 만감이 교차 합니다.
평소 웬만한 일로는 절대 전화를 하지 않는 엄니시지만
내 생일만 되면 아침 일찍 꼭 전화를 하시던 엄니가 떠 오릅니다.
올해는 그 전화를 받지 못하니 가슴이 메어집니다.
-잘 있쟈. 건강이 최곤께 아프지 않도록 조심혀.
이 한 마디 하곤 끊는 짧은 통화지만 그게 내 일년 살아가는 힘이었는데-
올해는 산소도 찾아 갈 수 없는 먼 이국땅에 머물고 있으니
엄니가 더 그립습니다.
한 번은 아침 식사 후 먼 길을 떠나야 했는데
그날 따라 엄니가 준비하는 밥상이 늦더니 국까지 엄청 뜨거웠습니다.
수저를 들고 국을 뜨니 고기점이 많아 수저가 잘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엄니 뭔 고기를 이렇게 많이 넣대유.
내가 퉁명스럽게 말하며 밥 수저를 놓자
옆에 계시던 엄니께서 말씀을 하십니다.
-오늘이 네 생일아녀. 그래서 괴깃점을 많이 넣은겨.
나도 모르고 지나갈 뻔 한 내 생일을 정확히 기억하시며
고깃국을 끓여 주고 그 못난 아들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먹이려고
수저가 들어 가지 않을 만큼 넣었는데 그 국에 핀잔만 늘어 놓았던 나.
지금 생각해도 너무 죄송스러워 그날 일을 잊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자식이 아니라 웬수
그 보다도 더 못난 탓에 오늘도 가슴만 칩니다.
오늘은 내 생일
엄니가 살아 계셨다면
-멱국이라도 얻어 먹은 겨 하면서 아침 일찍 전화를 하셨을 텐데.
며칠 전부터 아들놈이 생일로 뭘 사드릴꺼냐고 물었지만
다른 것 다 필요 없고 엄니 목소리나 한 번 들어봤음 여한이 없겠습니다.
-엄니 오늘이 제 생일유.
잊지 않으셨다면 꿈에라도 한 번 얼굴 좀 보여 주세요.
못난 아들 세상 살아갈 힘 좀 얻게 말입니다. 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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