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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자주 꿈속에서 엄니가 보이더니-

by 고향사람 2016. 2. 1.


요 며칠 밤 꿈속에서 엄니가 보이는 겁니다.

하룻 밤은 엄니가 세탁한 내 셔츠를 곱게 접어 놓으시고

또 다른 날은 날 측은하게 쳐다보고 계시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엄니-

엄니-

몇 번 그렇게 부르다가 깨곤 했습니다.


작년 구월 엄니 돌아가 신 후 별반 꿈속에서도 뵙지 못했었는데

연달아 꿈속에 나타나는 엄니를 보면서 참 이상타 싶었습니다.

마침 어제 한국에 나갔다가 고향집과 엄니 묘소를 다녀온

막내 아우가 필리핀으로 들어 왔습니다.


아우에게 꿈 이야기 좀 하려던 참에

아우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성님 엄니 산소에 가 봤더니 글쎄 봉분이 많이 내려 않아버렸슈.

날씨가 춰서 그런지 이게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자연 붕괴된 것 같은디

작은 성님이 땅이 완전히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복고해야 된다기에

기냥 왔는데 영 맘이 편찮유.


아하. 그래서 엄니가 요즘 내 꿈에 자주 나타났나 보구나.

얼핏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아우에게는 일체 꿈 이야기도 꺼내지 않고 달력만 쳐다봤습니다.

아무래도 3월은 돼야 할 것 같은데-


장남으로서, 또 엄니 돌아가실 때 옆에 있었던터인지

엄니에 대한 송구함이 자꾸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불효막급한 자식 같아 더욱 생각이 짙어집니다.


날씨가 좋아지고 언땅이 풀리기를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시간나면 아우와 상의해 며칠만이라도 나갔다가 와야 할 것 같습니다.

엄니의 유택이 훼손됐다는 소식이 왜 이리도 가슴 아프게 와 닿는지-

외국서 살다보니 더 그런것 같습니다.


엄니 쬠만 더 기달리슈. 내 곧 가서 잘 손질해 드릴텡게유.

요즘 공허한 시간만 되면 북쪽 하늘을 쳐다보며 혼자 중얼거리는게

버릇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