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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여행이야기

산골짝 그 아이들이 그립습니다^^(민다나오 퀘존)

by 고향사람 2016. 6. 7.


아이들-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하지요^^

특히 필리핀 촌아이들에게는 이 말이 꼭 들어 맞습니다.

이번에 그런 아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민다나오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퀘존(QUEZON 마닐라에도 동명인 퀘존이 있습니다)-

발렌시아에서 발라막을 지나면 바로 퀘존시가 나오는데

그 경계에 큰 철교가 있습니다.

그곳 경치가 중국의 명산과 비교될 만큼 근사합니다.





-꼭 중국의 명산과 계곡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필리핀에서는 보기드문 지형인 셈이지요. 민다나오 퀘존인근에 있는 비경입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내가 쉬는 날이라 근처로 나가 드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이 때 우연히 찾은 곳이 무니시파리티(MUNICIPALITY)-

아무 정보도 없이 간 곳이 바로 명소였습니다.

뒷걸음 치던 소 쥐 잡은 격이 됐지만요^^


미니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데-

작은 대나무집에서 두 여아가 나를 빠꼼히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해 그 집으로 향해 아이들을 만나보니

방학중이라 집에서 쉬는 학생들이었습니다.





-절벽 아래엔 지하강이 흐르고

거기서 나오는 물은 바로 떠 마셔도 될 만큼 맑고 깨끗합니다

분위기에 고무되어 '내가 헤라클래스다'라고

엉뚱한 짓도 해 봤습니다





해맑은 표정에-

외국인에게 거부감도 없고-

집안으로 들어오라며 반갑게 맞이하는-


정말 오랜만에 시골 인심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열두살과 열네살의 사촌지간이라는 이 여학생들의 안내로

산골짜기를 둘러 봤는데-


석회암으로 된 골짜기가 장관이었습니다.

수십길 낭떨어지 아래로 내려가니 급류가 흐르고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동굴이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하에 강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나오는 물이 얼마나 맑은 지

바로 떠서 먹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계곡물이 흙탕인 것과는 달리 지하강은 맑은 물이었고

덕분에 마시고 거기서 수영까지 즐기는-

정말 숨겨진 보물 창고 같았습니다.

아이들은 나보고 수영을 할 거냐고 물었지만-


나도 충청도 양반 출신인데

어디 여학생들 앞에서 속살을 보일수 있어야지요.

정중하게 거절하고 손 발만 적신 후 다시 올라 왔습니다.





오르막 길 옆엔 수십길 절벽이 있었는데

순간 돌이 떨어져 깜짝놀랐습니다.

그 위에서 떨어지는 돌에 맞으면 죽을 수도 있겠다 싶던 차

아이들이 빨리 피하라며 내 손을 이끌고 뛰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 멍키 멍키


절벽위에서 원숭이가 우리를 향해 돌을 던지고 있었던 겁니다.

-저런 싸가지 하곤. 그러니까 느그들이 사람이 못되는 겨.

내가 삿대질을 해대며 원숭이를 향해 ‘썅 소리를 내 지르자

옆에 있던 아이들이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 봅니다.


-아녀. 원숭이 보고 그러지 말라고 타이른겨. 한국 말이 좀 그렇거든




-내가 소개하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표정이 어쩜 이리 밝은지요.

열두살과 열네살인 이들은 사촌이랍니다

지난번에 갔을 땐 계곡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컴퓨터로 옮기는 과정서 다 날려 버렸습니다.



아이들집으로 돌아가기 전 차안에 있던 한국 라면과 과자,

그리고 필리핀서 산 오이 피클과 파파야 피클병을 들고 나와

간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참 놀랍게도 아이들은 불을 잘 피웠습니다.

나뭇가지에 불을 붙이고 묽을 끓이는데 그게 어쩜 그리 자연스럽던지-

한국 아이들 같으면 절대 못할 일들이었습니다.


끓는 물에 라면을 넣는 나를 보면서 눈치 빠르게 국자를 준비하고

그릇을 내오는 그 센스도 어른 못지 않았습니다.






-지하강의 모습입니다. 땅 속을 흐르는 이 물은 보는 것 처럼 맑고 깨끗합니다.

이곳서 수영하고 물 마시고 더러는 밥도 해 먹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한국 라면이 너무 매운지

‘할랑할랑’ 하면서 몇 젓가락 뜨지 못한 겁니다.


아무리 매운 것을 못먹는다 해도 그렇게 못 먹을 까-

결국 물에 말아 면을 건져 먹는 것으로 라면을 먹었으니

그 참 맛을 알았을까




지금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땀으로 목욕하듯 하면서 아이들과 라면을 끓여 먹고

집안 구경하고 나중에 꼭 다시 들르겠다는 약속을 한 뒤 돌아 선 발길-

지금도 바로 달려 가고플 정도로 아이들의 정이 그립고

그 얼굴들이 보고 싶어 집니다.


나이가 들어선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솔솔 나는 걸 보면

이젠 나도 손자를 볼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니 더 그런 생각이 깊어집니다.

이번 주말엔 다시 그곳으로 발길을 돌릴 계획입니다.

아이들 방학이 끝나기 전 순한 한국 라면을 가지고 가

이번엔 진짜 맛을 보여 줄 참입니다.


-느그들이 한국 라면 맛을 몰라서 그렇지 한 번 빠져봐봐

나보다 라면이 훨 그리워 질거다 ㅋㅋ

혼자 생각하며 웃는게 요즘 내 습관이 됐습니다.

함께 라면 먹을 생각을 하면 더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