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하는 현장은 양계장 담과 10미터 거리밖에 안되는
파인애플 농장입니다.
파인애플 농장은 끝이 안보일 정도로 넓은데-
수미푸로라는 대기업 소속입니다.
반면 양계장은 중소기업 정도의 규모나 양질의 계란을 생산해 내는 곳입니다.
현장이 농장인지라 마땅히 쉴만한 곳이 없어
옆집 양계장 경비초소에서 시간을 보낼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쉬다보면 가끔 계란선별 작업을 하는 피노이 아줌니들도
나와서 수다를 떨다 가곤 합니다.
종일 서서 오염물질이 묻은 계란을 골라내고
또 크기별로 구분해 판에 담아 놓는 작업을 하는 이들을 보면
녹녹치 않은 일이구나 싶어집니다.
그래서 물어 봤습니다.
한달 월급은 얼마나 되느냐고 말입니다.
잠시 뜸을 들이던 한 아줌니가 입을 엽니다.
자기는 오래 근무해 하루에 200페소(한화 5천원)를 받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170페소를 받고 있다고 말입니다.
점심도 각자 도시락으로 때우는데-
이 말을 듣곤 은근 측은지심이 발동합니다.
170페소에서 출퇴근 교통비 제하고 가끔 밥과 함께 마시는
콜라 비용 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나 될까
얼마 전 지나치게 배불리 먹는 것도 죄라는 말을 인용한 적이 있지만
돈 함부로 쓰는 것은 더 큰 죄라는 생각이 추가됐습니다.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고 집안에 경조사 없이 한 달 내내 일해야
한국 돈 10만원 남짓 버는 피노이 아줌니들-
종일 서서 일하는 어려움 보다
돈 벌어 아이들 가르치는 재미가 더 크다며 활짝 웃는 모습에
그만 내가 부끄러워집니다.
-그려 돈 많은게 행복의 척도는 아닐껴. 열심히 사는 그 모습이
행복한 거지.
이날 아줌니들이 마신 콜라는 내가 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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