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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제발 잊지 말고 눌러라 눌러-

by 고향사람 2016. 1. 14.

 

오늘 아침이었습니다.

조반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는데-

밥사발이 차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반찬과 국까지 다 있는데 밥만 없어 헬퍼한테 말했습니다.

밥 빨리 달라고-

 

그런데 헬퍼가 멈칫멈칫 하는 겁니다.

-뭐해 밥 빨리 주지 않고. 출근 늦는단 말야.

그러자 헬퍼가 다가오더니 아직 밥이 안됐다는 겁니다.

다른 때 같으면 한 참 식사할 시간인데 말입니다.

 

-뭐 하느라 아직 밥도 안했는데.

헬퍼가 울상을 지으며 하는 말이

전기밥솥 스위치 누르는 걸 깜박했다는 겁니다.

 

-어이구 그게 어디 한 두번이냐.

 

결국 전날 저녁에 먹다 남은 찬밥을 가져다 물 말아 먹고 나왔습니다.

도시락은 반찬 통만 넣어 가지고 나왔습니다.

사무실 식당서 밥만 얻으면 되지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주 끊어지는 필리핀 전기 처럼

깜박깜박하는 우리 헬퍼-

덕분에 찬밥도 인기 있는 날이 많습니다.

 

-얘야 제발 눌러라 눌러. 전기밥솥 스위치 말야.

 

다른 말은 못 알아 들어도 이젠 -눌렀니 소리는 잘 알아듣고

오케이를 연발합니다.

언제나 ‘-어 하면 -아’ 하고 통하는 헬퍼랑 살까.

그냥 기대만 하고 삽니다. 요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