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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개 이름이 ‘루시’라서-

by 고향사람 2016. 2. 5.


필리핀 아우집에 왔더니 세퍼트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집안에 도둑이 든 후 방비 차원에서 키우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개 성장이 얼마나 빠른지

7개월 정도 키웠다는데 그 덩치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근데 문제는 이게 낯선 사람을 와도 짖지도 않을뿐더러

무서움과 노여움은 잘 탄다는 겁니다.

가령 누가 이상한 물건을 들고 나타나면 도망을 가고

내가 하도 멍청하게 굴어 몇 번 구박을 했더니 내 목소리만 들려고

꽁무니를 뺀다는 겁니다.


이뿐만도 아닙니다.

개 얼굴과 몸통에 피부질환이 생겨 병원에 보냈는데도

이게 낫지를 않는 겁니다.

몇 개월 치료비만 개 값만큼 들었는데도 말입니다.

수의사한테 따졌더니 치킨, 즉 닭고기 사료를 먹여서 그렇다는 겁니다.


-그럼 개에게 야채사료만 먹이란 말여.


참 가지가지 한다 싶었습니다.

한국 속담에 시거든 떫지나 말고 검거든 얽지나 말랐다고-

이건 무슨 놈의 개가 닭고기 가루 좀 든 사료를 먹었다고

피부병이 생겼다니-


통닭을 먹였으면 아예 죽어도 몇 번은 죽었겄네.

도둑이 들어도 꼬리치고 달려들 기세인 개 같지 않은 개인데

피부병까지 달고 사니-


어디에다 버리고 올 수도 없고.

그러다 우연히 루시 라는 이름을 영어사전에서 찾아 봤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싶어섭니다.

그런데 참 이름값을 한 다 싶어졌습니다.


루시(lousy) -

이게 ‘형편없는’ 뜻으로 나와 있었습니다.

-어쩐지 개 같지 않더라. 닭고기 사료 먹었다고 피부병이 생기고

외부사람이 와도 꼬리치고 달려드는게-


이 뜻을 알고부터는 모든 걸 포기했습니다.

개가 아닌 덩치 큰 고양이로 생각키로 했으니까 말입니다.

루시- 이 형편없는 개야

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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