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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오늘은 김장하기 좋은 날???

by 고향사람 2015. 11. 29.

1년 중 가장 김장하기 좋은 날???

그날은 바로 우리 집 김장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지지난달 엄니께서 갑자기 돌아 가시는 바람에

올 김장은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엄니가 텃밭에 가꿔 놓은 무 배추 대파 갓을 보는 순간

아무래도 김장을 담궈야 할 것 같아 생애 처음으로 김장담글 생각을 한 것입니다.

 

엄니 생전엔 옆에서 몇 번 도와 드린적은 있지만

다른 기억은 하나도 없는 지라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기로 했습니다.

예상대로 인터넷에는 맛나게 김장 담그는 방법이 많이 올라 와 있었습니다.

그 중 몇 곳 블러그 내용을 참조하면서 준비물을 챙겼습니다.

 

이미 고춧가루는 엄니께서 곱게 빠워다 놓은 것을 알고 있고

간수 뺀 소금도 몇 자루 있어 나머지 양념만 준비하면 될 것 같았습니다.

살펴보니 생강이 없어 가게에서 제일 작은 포장(7백50원)으로 사왔고

사과와 배는 냉장고에 있는 것을 이용했습니다.

 

마늘과 양파도 잔뜩있고 몇 년전에 담가 놓은 산야초에

엄니가 좋아 하시던 황석어젓갈도 한 병 그대로 남아 있어

특별히 새로 준비해야 할 양념은 없었습니다.

 

일단 배추를 썰어 절이고 무는 씻어 채를 만들었습니다.

양파와 마늘 생강 사과 배는 믹서기에 돌려 즙을 만들었고

찹쌀은 분쇄기에 간 다음 그 가루로 죽을 만들었습니다.

 

황석어젖은 냄비에 넣고 푹 끓인 다음 체로 받쳐 물만 뽑아 낸 뒤

양념과 섞었습니다. 이거 끓일 때 진동하던 냄새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도 내 옷에서는 그 냄새가 폴폴 날 정도니 말입니다.

 

갓과 대파도 잘게 썰어 넣고 고춧가루와 버무리고 나니

양념이 그럴 듯해 보였습니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배추 다섯포기를 손질해 놨는데-

양념을 얼마나 만들어야 할지를 모르겠는 겁니다.

그리고 찹쌀풀을 쑬 땐 열심히 저어줘야 했는데 그냥 놔뒀더니

그만 냄비 바닦에 다 눌러 붙어 버렸습니다.

누룽지가 되다 싶이 한 찹쌀풀,

덕분에 우리 김장김치에서는 누룽지 맛이 첨가됐습니다.

 

날씨는 왜이리 추운지. 손이 답답해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맨 손으로 했더니

콧물이 줄줄 떨어집니다. 버무린 양념에도 몇 방울 떨어 뜨렸으니-.

제법 오묘한 맛이 나지 싶어 집니다.

 

한참 일을 하다보니 이게 무슨 청승인가도 싶었다가도

다음 달 필리핀서 들어오는 마눌에게 이 맛을 보여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생각에 미소도 납니다.

더불어 엄니가 심고 가꾼 배추며 무 갓과 그렇게 좋아하시던 황석어젖도

다 못드시고 돌아가신 것이 떠올라 눈물도 흘렸습니다.

 

난생 처음 담가 본 김장김치. 덕분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여자분들 고생많았구나에서부터 말입니다.

내 김장김치 맛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내가 담고 내가 먹을 것이니까 흉이야 되겠나요.

아무튼 오늘은 우리 집 김장 담근 날-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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