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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시계가 보증금인디 뭘 더 원하누?

by 고향사람 2016. 1. 6.

 

얼마 전 손목시계를 바닥에 떨어뜨려 유리가 박살난 적 있습니다.

차일피일하다가 수리를 맡기게 됐는데-

피노이 수리공이 디포짓 즉 보증금을 내 놓고 가라는 겁니다.

 

그가 요구한 수리비가 400페소,

우리 돈으로 1만원인데 보증금으로 얼마를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아마 50페소 정도 맡기면 오케이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근데 보증금을 내 놓으라는 소리에 내가 돈 대신

웃음만 한 보따리 주고 나왔습니다.

 

-이봐라. 그 시계가 얼마짜리로 보이냐.

피노이 수리공이 내 얼굴을 한 번 보고 또 시계를 쳐다보곤 합니다.

2년 전 30만원 이상 주고 산 시계인데

그 시계를 맡겨 놓고 가는데 나 보고 보증금을 내 놓으라니

사실 말이 않되는 이야기가 돼 버린 겁니다.

디포짓을 받으려면 오히려 내가 받아야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수리공이 씨-익 웃더니

그냥 가라고 큰 인심을 씁니다.

나 역시 같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생각 좀 하면서 살자

하고 말입니다.

 

한국 말로 중얼거리고 나왔으니 저야 무슨 말인지 몰라 답답했겠지만

나 역시 필리핀에서 살다보면 정말 답답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 이 이야기 들은 게 생각나 피-식 웃고 맙니다.

 

-한 한국인 주인이 헬퍼에게 당부했답니다.

매일 아침 화단에 물을 뿌려 주라고 말입니다.

그런 어느 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이 헬퍼가 화단에 물을 뿌리고 있더랍니다.

-얘야 비가 오잖아.

그랬더니 이 헬퍼 왈.

주인님 괜찮아요 저 지금 우산 쓰고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