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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이야기

그 아저씨도 참-

by 고향사람 2016. 1. 4.

 

모처럼 청바지 하나를 샀습니다.

필리핀서 웬 청바지냐고 묻는 이도 있지만-

사실 이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는 청바지가 유니폼 처럼 된지 오랩니다.

그만큼 남녀노소가 즐겨 입는 옷입니다.

 

 

덕분에 나 역시 청바지를 자주 입는 편인데-

바지통이 넓은 것만 있어서 이번에 젊은이들이 잘 입는 것으로

새로 하나 장만한 겁니다.

근데 짤막한 다리 탓에 길이가 너무 길어 사자마자 수선 집에 맡겼습니다.

 

길이도 한 뼘 줄이고 단을 재봉할 때 예쁘게 좀 해달라고-

신신 당부하고 왔는데-

그래도 심적으로 안심이 된 것은 재봉틀에 앉아 있는 아저씨가

70세는 넘었지 싶을 정도의 노인이었습니다.

저 정도 나이면 분명 숙련공일꺼야-

하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저녁나절 직원을 시켜 바지를 찾아 오라고 했더니

직원이 ‘빵-잇’ 소리를 하면서 바지를 내미는 겁니다.

빵잇- 이라니

이 소린 나쁘다는 건데-

바짓단 줄이는데 뭘 그런 소리까지 나올 일이 있나 싶어

받아 들자마자 밑단을 살폈더니 아니나 다를까

바느질 자국이 구불구불한 게 수전증 걸린 사람이 했어도

이보단 낫지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빵-잇’ 소리가 나올만도 했습니다.

재봉사가 나이가 지긋해 경력이 있겠지 싶은 생각만 했지

그가 눈 어둡고 손이 떨릴 거라는 생각은 안 했던게 내 실책이었습니다.

바짓단이기에 망정이지 다른 곳 재봉질을 그렇게 해 놨다면

옷 하나 버릴 뻔했습니다.

 

그 아저씨도 참- 걱정 말라고 할 때는 언제고.

근디 수선비가 30페소 우리 돈 750원 정도 받았다니

이해가 갑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zz

 

암튼 바짓단 줄인 청바지 입고 요즘 폼 내며 살고 있습니다.

사타구니는 좀 땀이 차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