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초 필리핀에 다시 들어왔더니
사무실에 그간 못 봤던 여직원이 있었습니다.
아우 말인 즉 운전기사 '다니'의 큰 딸이라는 겁니다.
사정이 딱해 경리로 앉쳤다는데-
사연을 듣고 보니 내 마음까지 짠해집니다.
크리스티나는 올해 스물여섯인 싱글맘입니다.
17세때, 그러니까 고등학교 때 같은 반 남학생과 불장난?을 한 것이
그만 임신이 돼 퇴학하고 나서 지금까지 아이를 키워오고 있다는 겁니다.
24일 크리스마스 파티 때 그녀가 딸을 데리고 나와
얼굴을 봤습니다만 그 아이를 덥석 껴안아 줄 수도 없었습니다.
뭔가 안쓰러우면서도 괜히 오버하는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마리 크리스티나는 혼자 아이를 키우느라 그동안 안해 본 일이 없었습니다.
졸리비(필리핀 햄버거 가게) 알바를 비롯해 헬퍼(가정부), 식당 허드렛일 등등 말입니다.
이를 보다 못한 크리스티나 아빠인 다니가 아우에게 통사정을 했고
마음이 기집에 만큼 약한 아우가 그 말을 듣자마자 오케이 해
사무실로 출근하게 된 겁니다.
마리 크리스티나의 딸은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합니다.
딸이 초딩이 되기 전 한 경찰관과 연애를 해 잠시 동거까지 했었는데
이 두 번째 남자도 부정을 저질러 감옥에 가는 바람에
또 다시 갈라서 지금도 여전히 싱글맘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늘 친절한 모습으로 일을 해 타 직원들에게도 인기 만점인 그녀.
사무실 2층 내 방에서 그녀를 내려다 보고 있자면
정말로 가슴이 쨘해 질 때가 있습니다.
열일곱에 덜컥 애를 갖고 혼자서 그 애를 낳아 키우느라
얼마나 가슴 조일 일이 많았을까-
그런데 이 딸 보다 그 애비인 기사 '다니'를 생각하면 그가 훨씬 더 안돼 보입니다.
그래서 가끔 다니를 보곤 혼자 중얼거립니다.
-니 팔자가 왜 그러니. (2회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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