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경과 고통, 시련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이 되고
마음의 상처도 세월이 지나야 치유가 된다는 말인 듯 싶어 집니다.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와 보니
모든 것들은 제자리에 있는데 그 주인만 없었습니다.
주무실 때 빼 놓는 틀니도 통 속에 그대로 있고
입 안이 건조할 때 먹으면 좋다시던 알사탕도 탁자에 뒹글고 있었습니다.
이젠 그런 모든 게 예사로 보이지 않는데-
텃밭에 나갔다가는 그만 눈물을 왈칵 쏟고 말았습니다.
엄니 돌아가시기 전 심어 놓은 쪽파가 그새 싹을 틔워
세상을 바라 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몸도 성치 않으신디 뭘 그런 걸 심고 그런대유
내가 반 핀잔의 목소리를 내면
-이렇게 심어 놓으면 내는 못 먹을지 몰라도 니는 먹을 수 있잖어
내가 엄니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새 싹을 틔운 쪽파를 보니
금방 엄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정말 엄니는 당신이 드시지 못할 것을 아신듯 하면서도
그 자식을 위해 쪽파는 물로 당근 양파씨까지 다 파종해 놓으셨던 겁니다.
새끼를 위해 제 몸까지 다 주고 간다는 가시고기 처럼
우리 엄니 82세로 돌아 가시는 날까지 다 늙어 가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그 희생이 헛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 내 할 탓이지만 말입니다.
오늘은 새벽부터 비가 내립니다.
가을 가뭄이 심해 엄니 묘소의 잔디가 성치 않겠다 싶었는데-
마침 이렇게 비가 내리니 이 또한 엄니를 위한 하늘의 배려 같아져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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