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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사돈 집은 가까워야???

by 고향사람 2015. 7. 27.

옛말에 ‘뒷간과 사돈댁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집 안에 뒷간’을 두고

‘사돈을 더 가까이’ 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입니다.

 

우리 집도 그렇게 변한지 오래입니다.

나야 아직 아들이 장가를 안가 직접적인 사돈지간은 없지만

아우들 덕에 이리저리 사돈 소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중 막내 아우 장인 장모님과의 사돈관계는 유독 친밀합니다.

지역적으로 가깝다 보니 더 그런것 같습니다.

 

엄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도 다녀 가시고

퇴원 후에는 입맛 찾는데는 젓갈 만한 것이 없다며

직접 담근 젓갈을 선물하십니다.

광천 원조 토굴젓 인근에 사시는 터라 젓갈 담그는 솜씨는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는 터라-

우리 엄니는 밥상에 앉을 때마다 사돈젓갈 칭찬으로 반찬을 대신하십니다.

 

-이거 참 별나지. 짭쪼롬 한게 밥 도둑이랑께.

 

평소 별로 젓갈을 좋아하지 않던 나도 엄니 덕분에 입맛이 변해 버렸습니다.

 

-엄니 좀 아껴 드셔야겠슈. 이 젓갈 다 떨어지면 뭐하고 진지 드실려구유.

=그건그려. 근디 아직 많이 남었잖여.

-안그류. 매일 세끼 마다 드시는디. 그게 남아 나겄슈.

 

 

내일은 광천장에라도 가서 사돈 댁 솜씨와 비슷하게 담근 젓갈을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사돈댁에 전화하면 금세 담가 주겠지만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매번 얻어 먹을 수가 없어섭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아우한테 전화해서 엄니 드시던 젓갈이 다 떨어져 가는디. 워쩐다냐.

엄니는 느그 장모가 담근 젓갈이 최고로 맛나다고 하는 거 니도 알지

하면 아우가 알아서 연락할 것은 뻔하지만 그것도 속이 보여 망서려집니다.

 

암튼 사돈댁은 가까울 수록 좋다는 거. 요즘 체험하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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