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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엄니 병실에서-

by 고향사람 2015. 7. 17.

 

6개월만에 다시 병원에 입원하신 울 엄니.

신장(腎臟)이 나빠지면서 다른 장기의 기능도 저하돼

폐에도 물이 차 불야불 입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지난 번에도 같은 증세로 입원을 했었고

시술도 수월하게 끝나 큰 어려움없이 일주일만에 병원을 나왔는데-

이번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많이 고통스러워 하십니다.

진통제 투여 후 계속 매스껍다고 하시고

식사도 전혀 못하시는 겁니다.

 

엄니 병실은 여성 환자분들만 있는지라 밤에는 집에 와서 자고

이튿날 다시 찾는데-

어제는 집안 일 좀 보고 좀 늦게 병실을 찾았더니

엄니가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고통을 감내하다 겨우 잠이 드신 것 같아 옆에서 가만 지켜만 보고 있었습니다.

30분 정도를 지켜보자니 평소 자세히 보지 못했던 얼굴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깊게 패인 주름

볼에 나타나는 틀니 자욱

구부정한 허리

마른 장작보다 더 가볍게 보이는 육신

마디가 다 드러난 손과 발

 

어느 한 군데도 멀쩡한 곳이 없어 보이는 울 엄니셨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보자니 왜 그렇게 눈물이 나오는지-

40킬로그램도 안되는 육신으로 이 험한 세상을 버티고 계신

엄니의 모습, 그것도 아픈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져 눈물만 났습니다.

그 모든 것이 다 내 책임인 듯 해서입니다.

 

골수까지 다 자식들을 위해 쏟아 부은 탓에

앙상한 뼈마디만 남았는데도 그것 마져도 자식을 위해 쓰겠다고

틈만 나면 텃밭으로 달려 나가시는 울 엄니를 보면

어떤 때는 미운 생각도 듭니다.

-이젠 대접 좀 받고 사시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아들이 옆에서 지켜 보는 줄도 모른 채 한시간여를 더 주무시던 엄니가

눈을 뜹니다.

그리고는 내 모습을 보더니 하시는 말씀이

왜 깨우지 않았냐는 겁니다.

 

 

나도 자식이 있지만 울 엄니 같은 마음으로 키워 본 적이 없습니다.

몸이 그리 아프시면서도 다 늙어 가는 아들을 더 염려하시는 울 엄니.

어찌해야 그 은혜를 조금이나마 값을 수 있을지-

손등으로 훔치는 내 눈물이 오늘은 더 뜨겁게 느껴집니다.

-엄니 어서 쾌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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