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자외선은 덤.
여기에 땀범벅에 흙투성이를 각오해야 하는 밭일이지만
요즘 그곳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아니 미소가 절로 납니다.
왜냐구 묻지 않아도 그 이유를 말할 참입니다.
입이 간지러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봄에 곡식을 심으며 고랑과 이랑 사이사이에
참외 수박 옥수수 토마토 단호박 여주 등을 심어 놨습니다.
꼭 야채나 과일을 따 먹어야 겠다는 욕심 보다는
이것저것 재배해 보고 싶은 마음에 모종을 사오고
씨앗을 얻어다 심었는데-
그게 벌써 수확을 하게 된 때문입니다.
어제는 참외 넝쿨 사이에서 노랗게 익은 꿀참외 한 덩어리를 발견했는데
그게 꼭 보물을 얻어 횡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지에 쓱쓱 문질러 한 입 ‘아-삭’ 베어 물고 싶었지만
함께 가꾼 엄니 생각이 나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엄니도 생각지 않았던 참외를 본다는 표정이셨지만
금세 기쁨을 드러냈습니다.
-참 실하게 여물었다야. 수박도 많이 컷다냐.
수박은 덩치가 커 제 넝쿨로 몸을 감출 수 없는 탓에
일찍부터 개수를 세어 놓고 있었지만
참외는 어려서는 잎새와 같이 푸른색이어서 눈에 잘 안뜨이고
익어서도 잎새 속에 숨어 있어 일부러 찾지 않는 한 눈에 안들어 오는데-
이번에 용케 찾아 냈던 겁니다.
하룻밤 냉장고에 재워 놓은 뒤
오늘 점심때 꺼내 먹으니-
와 꿀참외 그 맛 그대로 였습니다.
-엄니 내년엔 더 많이 심어야 겠유. 사다 먹는 건 째비도 안되는 구만유.
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를 보신 울 엄니.
-그려. 내년에는 밭 전체에 참외나 심어보지 뭐. 먹다 남으면 장에 가서 팔면 뎌.
잘하면 내년에는 동네 오일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밭 참외가 풍년이 들면 말입니다.
촌에서 사는 맛
잘 익은 참외 맛이라는 거 이번에 새로 알게 됐습니다.
이정도면 밭에 나갈 때 마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이유-
알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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