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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밭에만 가면 미소가 나온다???

by 고향사람 2015. 7. 24.

삼복더위에 자외선은 덤.

여기에 땀범벅에 흙투성이를 각오해야 하는 밭일이지만

요즘 그곳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합니다.

아니 미소가 절로 납니다.

 

왜냐구 묻지 않아도 그 이유를 말할 참입니다.

입이 간지러 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봄에 곡식을 심으며 고랑과 이랑 사이사이에

참외 수박 옥수수 토마토 단호박 여주 등을 심어 놨습니다.

꼭 야채나 과일을 따 먹어야 겠다는 욕심 보다는

이것저것 재배해 보고 싶은 마음에 모종을 사오고

씨앗을 얻어다 심었는데-

그게 벌써 수확을 하게 된 때문입니다.

 

어제는 참외 넝쿨 사이에서 노랗게 익은 꿀참외 한 덩어리를 발견했는데

그게 꼭 보물을 얻어 횡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지에 쓱쓱 문질러 한 입 ‘아-삭’ 베어 물고 싶었지만

함께 가꾼 엄니 생각이 나 집으로 들고 왔습니다.

 

엄니도 생각지 않았던 참외를 본다는 표정이셨지만

금세 기쁨을 드러냈습니다.

-참 실하게 여물었다야. 수박도 많이 컷다냐.

 

수박은 덩치가 커 제 넝쿨로 몸을 감출 수 없는 탓에

일찍부터 개수를 세어 놓고 있었지만

참외는 어려서는 잎새와 같이 푸른색이어서 눈에 잘 안뜨이고

익어서도 잎새 속에 숨어 있어 일부러 찾지 않는 한 눈에 안들어 오는데-

이번에 용케 찾아 냈던 겁니다.

 

하룻밤 냉장고에 재워 놓은 뒤

오늘 점심때 꺼내 먹으니-

와 꿀참외 그 맛 그대로 였습니다.

 

-엄니 내년엔 더 많이 심어야 겠유. 사다 먹는 건 째비도 안되는 구만유.

내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미소를 보신 울 엄니.

-그려. 내년에는 밭 전체에 참외나 심어보지 뭐. 먹다 남으면 장에 가서 팔면 뎌.

 

잘하면 내년에는 동네 오일장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밭 참외가 풍년이 들면 말입니다.

촌에서 사는 맛

잘 익은 참외 맛이라는 거 이번에 새로 알게 됐습니다.

이정도면 밭에 나갈 때 마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이유-

알만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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