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내고 이식하고 구부리고
때론 죽이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농삿일을 하다보면
성형사?가 돼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뿐만도 아닙니다.
쫒아내고 죽이기 까지 해야 합니다.
농사꾼-하면
순딩이요 법 없이 살 수 있는 이미지가 떠 오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함과 잔혹, 결단이 필요한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성형사에서 법관 못지 않은 판단을 내려야 하는게
바로 농사꾼입니다.
-너무 거창하지 싶지만
내가 막상 농사꾼이 돼서 일을 해 보니
틀림없다는 생각이 짙어 집니다.
수박과 참외 몇 포기씩을 심었더니
수시로 순을 집어줘야(잘라줘야) 했습니다.
나는 잘라내는 것이 아까워 망설이면
울 엄니는 과감하게 뚝뚝 잘라냅니다.
그렇잖으면 과일이 잘 열리지 않거나 작아져서
먹을 수 없게된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들깨나 고추는 파종 한 뒤 옮겨 심어야 합니다.
특히 들깨 모종은 비가 늦게 오면 이식 시기가 늦어져 웃자라게 됩니다.
이 때는 몸통을 휘어지게(구부려) 심어야 활착이 잘 됩니다.
채소를 옮겨 심을 때 굼벵이나 진딧물이 발견되면
가차없이 밟아 죽이고 뭉개 죽여야 합니다.
이때는 농부가 아닌 헌터 즉 사냥꾼이 돼야 합니다.
사냥꾼 본색은 온 밭을 휘젖고 다니는 두더지를 잡을 때나
다 자란 곡식을 먹어 치우는 멧돼지나 고라니를 퇴치할 때도
드러내야 합니다.
이를 방치하면 자칫 폐농(廢農)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박하기만 한 줄 알았던 농사꾼.
그러나 애써 지은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판단과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수시로 찾아 온다는 사실을-
내가 배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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