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3월30일 오후 뒷산에 난 산불로
마을 전체가 위험에 빠졌었습니다.
특히 강풍이 불면서 산 쪽에 바짝 붙어 있는 우리 집은
그야말로 풍전등화(風前燈火) 꼴이 돼 버렸습니다.
급한 대로 모든 창문을 닫고 불똥이 날아 올 경우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물건들을 안쪽으로 날라 놓았습니다.
다른 집들도 지붕에 물을 뿌리고 가재도구를 챙기는 등 난리아닌 난리였습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나 역시 혹시나 몰라 노트북 컴퓨터와 전화기,
먹다 남은 과자봉지를 챙겨 가방에 넣어 두었습니다.
여차하면 들고 나오기 쉽게 현관 안쪽에 놓아 둔 겁니다.
이 때 엄니가 급히 부릅니다.
-아무래도 걱정이 든다야. 집이랑 땅 문서 챙기고 통장이랑 도장도 빼 놔라.
순간 ‘역시 엄니가 한 수 위, 아니 열 수는 위네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똑 같이 당황한 상황에서 난 컴퓨터랑 먹다 남은 과자나 챙기고 있었는데
엄니는 집안 서류부터 챙기라고 하시니-
역시 엄니 따라 가려면 맨 발로 달려도 못 쫒아 갈 것 같습니다^^
덕분에 누다락에 숨겨 놓았던 집안 서류 뭉치랑 내 컴퓨터 과자?까지
승용차로 옮겨 놓고 산불을 끄러 달려 나갔습니다.
다행이 바람 방향이 바뀌고 소방 헬기까지 동원 되면서 불길이 잡혀
큰 피해는 없었지만 이번에 중요한 정보?하나 얻었습니다.
집안에 뭔 일이 나면 집, 땅문서부터 챙겨야 하는 것이라는-
역시 엄니 때문에 배운 일입니다.
-내 나이 헛나이
생각 할수록 그런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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