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과 연결된 우리 집 담벼락에
선비화가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7월-
무더위에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몸과 마음을
단단히 추스르라는 듯
선비화가 무언으로 나를 꾸짖고 있습니다.
책 보다
텔레비전을 좋아라하고
은연자중하기보다
경거망동을 하는-
나를 질책하듯합니다.
1년 동안 자리를 지킨 공덕으로
꽃잎을 피어 낸 것이
과거에 급제해 어사화를 받은 기풍입니다.
한 때
학문을 닦는 선비가 되겠다고 맹서한 내 다짐을 아는 양
이맘 때면 만개하는 선비꽃
그 꽃을 쳐다볼 때 마다
가볍기만 한 내 의지가 부끄러워집니다.
염천(炎天) 아래
다시한번 마음 다 잡고
뜨겁게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붉게 타오르는 선비화가
오늘은 내게 큰 스승입니다.
(선비화의 원명은 능소화랍니다. 꽃이 질 때 한 잎 한 잎 떨어지지 않고, 봉우리 째 툭툭 떨어지는데- 이 모습이 선비의 기개를 상징한다고 해서 별칭으로 선비화라 부릅니다. 동백꽃도 능소화와 같이 져 여인의 절개를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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