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마을 정류소는 노총각이 주인으로 있습니다.
정류소와 함께 작은 가게도 겸하고 있는 터라
이곳엔 종일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총각 주인은 키도 크고 유머스런 대화로
동네 할머니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터라
이곳에 들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됩니다.
나 역시 서울 행차 때면 마을 정류소에 들러
직행버스 표를 구매하는데-
이 때 차 시간이 좀 남아 있으면 자연스레 대화가 오가게 됩니다.
얼마 전에는 엄니께 드릴 간식거리 좀 사러 정류장에 들렀더니
이 총각이 반갑게 맞이 합니다.
-요즘 장사는 잘 되남유?
=그냥 먹고 살만큼 바빠유^^
-근디 장가부터 가야헐틴디
=그게 내 맘대로 안되는구만유
선은 많이 봤는데- 그 때마다 퇴자를 맞는다며
자기 머리를 가리킵니다.
-이거 땜시 잘 안되는규.
정류소 주인 노총각은 대머리입니다.
40대 중반인데 앞머리가 민둥일 만큼 심한 편입니다.
가발을 써 보기도 하고
아예 전체를 박박 밀기도 해 봤지만 성에 차지 않아
이젠 생긴대로 지내기로 했다는 게 총각의 변(辯)입니다.
-그게말유. 장가 든 뒤 머리가 벗겨지는 건 용서가 되는디유.
총각 때부터 머리가 벗겨진건 도무지 용서가 안된다는구먼유.
선 볼 때마다 들은 소리유.
-이런!!!! 용서를 구할일도 아니고 용서를 해 달라고 할 일도 아닌게
대머리거늘. 거기에 용서 운운하고 있으니-
맘씨 좋게 생긴 정류소 노총각을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소가 배 나오기도 합니다.
-노총각 대머리를 용서해 줄 만한 맘씨 고운 샥씨는 어디있는겨.
오늘부터 내가라도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식죽인 살인자도 용서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대머리가 용서 안된다니-
-아가씨들 이건 용서해 줍시다^^
정류소 총각- 기죽지 말고 홧-팅한번 하자구.
그래도 할머니 손님들한테는 인기 있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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