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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엄니와 나의 ‘관심’ 차이

by 고향사람 2015. 2. 27.

 

엄니와 살다보니 티브 체널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 졌습니다.

엄니 방은 아궁이 시설이 있어 장작불을 지피면 아랫목은

앉아 있을 수 없을 만큼 뜨겁습니다.

동네에서 제일 뜨신 방입니다.

 

덕분에 날씨가 춥다 싶으면 나 역시 엄니 방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 집니다.

당연히 티브 체널을 공유하게 됩니다.

아침 마당을 비롯 저녁 연속극까지-

이젠 나도 그 시간대가 은근히 기다려 질 만큼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엄니가 체널을 자주 바꿉니다.

티브 홈쇼핑에 관심을 나타내면서부터입니다.

벌써 전기 장판을 비롯 후라이팬 정수기 거위털 이불, 포장잡곡까지

사들인 것 만도 적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냉장고를 바꾸겠다며 그 광고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시는 눈치입니다.

 

올해 82세인데도 주문하는 상품은 10년이상 쓸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먹는 것 빼고는 말입니다.

 

반면 내 관심종목은 따로 있습니다.

머리 염색약을 비롯 발 각질 제거 용품이나 족욕용기 등이 그것입니다.

팔순을 넘긴 엄니는 새치도 없을 만큼 머리카락이 새카만 반면

50대 아들인 나는 흰머리카락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니 민망이 도를 넘습니다.

 

-엄니. 염색할 때 새까만 것보다는 은근한 갈색이 낫지 안것슈.

 

내가 엄니 한테 물으면 엄니 대답은 간단 명료합니다.

 

-글씨다. 내는 생전에 염색이랑걸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어 잘 몰르것다.

 

근디 거위털 이불이랑 전기 장판을 살 때는 내게 수도 없이 물어 봅니다.

 

-저거 사면 뜨시긴 허것지. 지난번에 보따리 장수가 경로당에 가지고 왔던 것 보담

저게 훨씬 좋아 보이는디.

그러면서 서둘러 주문하라며 전화기를 건넵니다.

 

-엄니 우리 방이 좀 뜨슈. 그런디 뭔 전기 장판이래유.

그리고 침대마다 전기 매트가 다 있쟎유.

라고 말 대꾸라도 하면 엄니는 ‘그게 아녀’ 하시면서 점 찍어 놓았던 물건을 그예 사고 맙니다.

물건 사는 양은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걸 다 쓰려면 몇 십년은 걸릴텐데-

아마도 나는 엄니가 사 놓은 물건만 쓰더라도 100살은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울 엄니.

물건 사들이는 걸 보면 장수 하실 것 같습니다.

-엄니 새로 산 물건들 한 번 더 바꿀 때 까정 사셔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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