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울 엄니한테 받은 세뱃 돈 10만원

by 고향사람 2015. 2. 20.

 

설날 아침,

전날 서울서 내려온 아들과 둘째 아우 그리고 나

셋이서 엄니께 세배를 올렸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120세만 채우세요.

 

덕담까지 올렸더니

울 엄니

-오래 살아 뭐하려고

요즘 유명한 코미디언 멘트로 답을 하십니다.

 

  그러더니 안방 문갑을 열고는 검은 비닐봉투를 꺼내는 겁니다.

그 속을 뒤지니 여나문 켤레의 양말이 나왔습니다.

-이건 애비꺼. 이건 울 큰 손자꺼

하시면서 양말 한 켤레씩을 나눠 줍니다.

 

우리 모두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 서려는데

이번에는 쌈지에서 돈을 꺼내 세뱃돈을 주시는 겁니다.

모두가 생각지 못한 시츄에이션에 서로 얼굴만 바라 보는데

-어여 받으라는 엄니 성화에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자와 아우 손에 각각 5만원권 빳빳한 지폐가 쥐어졌습니다.

내 손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니 이러지 마세유. 그냥 용돈으로 쓰시랑께유.

아우가 받은 돈을 다시 내 놓자 엄니가 야단이십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세뱃돈을 줄 수 있겠냐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코 끝이 쨍해 졌습니다.

더 이상 말 안하고 얼른 세뱃돈을 챙겼습니다.

 

-엄니 앞으로도 계속 세뱃돈 받고 싶으니까 오래오래 사세요

하면서 말입니다.

나이 오십대 중반에 엄니한테 세뱃돈 받는 나,

아마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자인듯 싶어 집니다.

 

-근데 이건 아들과 아우한테 비밀인데요. 내 손에 쥐어진 세뱃돈은

5만원이 아니라 10만원이었습니다. 5만원짜리 두 장을 겹쳐 줘

아들이나 아우는 같은 액수인줄 알았을 겁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큰 아들을 챙기시던 울 엄니-

손자 앞에서도 큰 아들이 더 귀?한가 봅니다^^

'팔순 노모 &50대 아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니와 나의 ‘관심’ 차이  (0) 2015.02.27
똑똑해서 불편한-  (0) 2015.02.22
엄니의 꽃 밭  (0) 2014.06.13
어버이 날에-  (0) 2014.05.08
엄니- 울 엄니와 함께  (0) 201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