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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내 목욕탕은 ‘빨간 다라?’

by 고향사람 2015. 2. 23.

 

물을 담아 세수를 하거나 세탁을 할 때 쓰는 둥글넓적한 그릇을 일러

대야라고 합니다.

하지만 내 고향에서는 ‘대야’ 보다는 ‘다라’ 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대야의 일본식 표기가 다라인 듯 싶은데-

암튼 우리 집에는 빨간 다라가 여러 개 있습니다.

 

 

농사지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물그릇, 혹은 김장 담글 때

배추나 무우 씻기용으로 빨간 다라를 자주 사용합니다.

그런 다라가 요즘은 내 목욕탕이 돼 버렸습니다.

 

 

1년 전부터 고향집에서 엄니와 같이 살다보니

읍내에 있는 목욕탕까지 가는 것이 영 귀찮아 졌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샤워로 족하지만 겨울이 되니

방한 시설이 잘 돼 있지 않은 시골집 욕실에서 샤워를 하기에는 넘 춥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다라에 물을 받아 놓고 그 안에서 씻는 겁니다.

 

고향집 안방은 기름보일러와 함께 군불을 땔 수 있도록 돼 있어

겨울이면 장작불을 지핍니다. 큰 가마솥을 걸어 놓고 군불을 지피면

솥안에 있는 물이 펄펄 끓습니다.

이 물을 퍼와 다라에 붙고 목욕을 하면 뜨끈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 내 어렸을 때 하던 식입니다.

 

그런데 이게 나이들어서도 통하니-

목욕하는 재미가 남다릅니다.

갈아 입을 옷은 미리 아랫목에 묻어 놔

목욕 후에도 따뜻한 옷을 입을 수 있어 좋습니다.

 

 

목욕탕이 있는 읍내까지 나가기도 번거롭고

운전하기도 귀찮을 때

이 때는 빨간 다라에 뜨신 물 가득 담아 놓고

목욕을 하면 됩니다.

가끔 엄니가 등짝도 밀어 주니

이만한 목욕탕도 없습니다.

 

-빨간다라 목욕탕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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