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니 보다 두 살 적다시니 올해 팔순이 된 분입니다.
같은 마을에 살다보니 먼 친척보다 더 허물없이 지내는 아저씨이기도 합니다.
이 아저씨가 지난해 팔월 부인이 교통사고로 돌아 가시는 바람에
그만 홀아비가 되셨습니다.
10여년 전 울 아버님도 팔월에,
그것도 아저씨 부인이 사고 난 지점에서 몇 백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같은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터라 ‘동병상련’을 느끼게 하는 아저씨입니다.
그런데 이 아저씨가 지난 주 새 부인을 얻었습니다.
인근 소읍에 사는 멋진 아주머니랍니다.
새 부인을 얻은 기념으로 동네 분들에게 저녁을 내 셨다는데-
그 자리에 참석했던 울 엄니가 보시곤
참한 여자 같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십니다.
나는 아직 만나 보지 못했지만 엄니 설명만 들어도 대충 그림이 나옵니다.
-아저씨가 복이 터졌네유. 홀애비 소리도 비켜가고
긴 동짓달 밤에 등이라도 긁어 줄 새 부인이 생겼으니 말유.
근디 울 엄니, 내 장단은 들은 척도 안하시며 하시는 말씀.
-헌디 나이가 쪼곰 거시기 허긴 혀.
-왜유. 혹시 연상이래유.
그러자 울 엄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니는 장가 한 번 간 것도 큰 복이다야. 워찌 생각하는 게 늙은이 만도 못혀. 니 같으면 늙은 색씨 얻고 나서 동네잔치 허것냐.
울 엄니 말씀인즉,
새 부인이 다 좋은디 아저씨와 나이 차가 너무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스믈한살, 그러니까 아저씨 보다 21년이나 젊은 쉰 아홉 살 부인이라는 겁니다.
나와 같은 오십대라니-
엄니는 그게 좀 마음에 걸린다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작고하신 아버님과 호형호제 하며 지내시던 아저씨였는데-
갑자기 너무 젊은 부인이 들어오니 호칭이 마땅치 않은 듯 싶어 집니다.
나야 오십대 부인이라니 갑자기 더 빨리 보고 싶어지는데
엄니는 그 나이 땜시 은근히 염려하시는 모습입니다.
-엄니 걱정마슈. 혹시 알아유. 내년 이 맘 때 쯤이면
애 돌 잔치라며 저녁 한 번 다시 낼지 말유.
그러면서 속으로 아저씨를 응원했습니다.
-아저씨 성경에 보면유 아브라함은 100세에 아들을 낳았대유.
긍께 나이 걱정 마시고 새 아주머니 많이 사랑해 주세유.
지금 아저씨 나이가 어때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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