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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애빈 닮지 말어-

by 고향사람 2015. 2. 21.

발렌타인 데이였던 지난 14일,

다니던 치과 예약이 있어 서울에 올라 갔습니다.

이 치료를 하고 늦은 저녁에 아들이 사는 오피스텔에 들렀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집에 있는 겁니다.

 

 

사실 서울 가는 날이 발렌타인 데이고

그러다 보니 이벤트가 많이 있을 아들이 생각나 웬만하면

이 치료를 다음 주로 미룰까 싶기도 했었는데-

마침 설 연휴도 있고 해서 예약대로 치료를 받기로 했던 겁니다.

 

아들 녀석이 늦을 것 같아 오피스텔에 가서 짐 좀 풀고

가까운 목욕탕이나 다녀올 참이었는데-

녀석이 집에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너 오늘 이벤트가 많다고 안 그랬냐.

-몸 컨티션도 별로고 해서 일찍 들어 왔어요.

 

유치원 때부터 발렌타인 데이에는

초컬릿을 한 아름씩 가져 오던 녀석이었던 지라

의외다 싶어 물었습니다.

-초컬릿 맛은 보긴 헌겨.

그러자 방 구석에서 작은 봉지를 꺼내더니

-아부지나 드세요 하면서 초컬릿 몇 개를 내 놓는 겁니다.

 

-일 없다야. 더군다나 이빨까정 치료 받고 왔는디.

단것 먹다간 충치 또 생길라.

내가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자 아들놈은 몇 개를 챙겨

가방에 넣어 줍니다.

내려 갈 때 차 안에서 드시라며 말입니다.

 

이런 녀석을 보자니

권불십년(權不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젊은 역시 한 시절인것을-

 

덕분에 이날 혼자서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말았습니다.

블랙 데이엔 매운 것이 최고니까 말입니다^^

 

-아들아. 초컬릿, 마누라없이 발렌타인 데이 보내는 건

이 애비로 족하니까. 애비는 닮지 말아라.

이 소리를 반찬삼아 라면 그릇을 비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