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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서울에서 가장 신기한 것은-

by 고향사람 2014. 12. 19.

필리핀서 일할 때 피노이 직원들이 자주 묻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한국에는 정말 눈이 내리냐고.

 

- 눈을 만지면 기분이 어떠냐

- 그걸 먹어도 되는가

- 잘 모아 두면 여름까지 가느냐

- 눈사람은 어떻게 만드나

 

 

그러면서 혼자 신나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올 겨울 처럼 눈이 많이 내리면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피노이 여 직원 두 명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회사에서 연말 보너스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덕분입니다.

유난히 눈을 보고 싶어 했던 여직원도 함께 였습니다.

 

서울에 온 날 내가 이들의 가이드 역할을 했습니다.

경복궁을 비롯해 민속박물관 등을 구경 시켜주고

인사동과 청계천을 걷는 동안 이들은 사진을 찍느라 늘 뒤 쳐지곤 했습니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남산과 여의도 등을 둘러 볼 때는

감탄사가 연발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날뛰게 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펑펑 내린 함박눈이 그것 이었습니다.

눈을 손으로 받아 내고 그것도 성이 안찼는지 입으로 받아 먹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나 가는 이들이 뭔 일이지 싶어 되돌아 쳐다 볼 정도 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려 이게 니들이 제일로 궁금해 했던 눈이라는 겨.

그 해 첫 눈만 봐도 가슴이 콩닥 거렸는데

평생 처음 눈을 보고 만지고 먹어 봤으니

피노이 여 직원들의 난리치는 모습도 이해가 갔습니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워 상하의 나라 필리핀서 온 여직원들은

손끝 발끝 코끝까지 시렸겠지만 마음만은 어느 순간 보다 포근했지 싶어 집니다.

 

눈을 받아 모아 할로할로(필리핀 판 팥빙수)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는-

그 소리를 들으니 역시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 뜨신한 국물이 생각났으니 말입니다^^

 

서울의 그 무엇보다 하얀 눈이 더 신기했다는 이방인들의 모습을 보니

사계절 뚜렸한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다시 알게 됩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우리 모두 따슴함 넘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