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일할 때 피노이 직원들이 자주 묻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한국에는 정말 눈이 내리냐고.
- 눈을 만지면 기분이 어떠냐
- 그걸 먹어도 되는가
- 잘 모아 두면 여름까지 가느냐
- 눈사람은 어떻게 만드나
그러면서 혼자 신나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올 겨울 처럼 눈이 많이 내리면 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 피노이 여 직원 두 명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회사에서 연말 보너스 형식으로 한국을 방문 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덕분입니다.
유난히 눈을 보고 싶어 했던 여직원도 함께 였습니다.
서울에 온 날 내가 이들의 가이드 역할을 했습니다.
경복궁을 비롯해 민속박물관 등을 구경 시켜주고
인사동과 청계천을 걷는 동안 이들은 사진을 찍느라 늘 뒤 쳐지곤 했습니다.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남산과 여의도 등을 둘러 볼 때는
감탄사가 연발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날뛰게 한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펑펑 내린 함박눈이 그것 이었습니다.
눈을 손으로 받아 내고 그것도 성이 안찼는지 입으로 받아 먹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지나 가는 이들이 뭔 일이지 싶어 되돌아 쳐다 볼 정도 였으니까 말입니다.
-그려 이게 니들이 제일로 궁금해 했던 눈이라는 겨.
그 해 첫 눈만 봐도 가슴이 콩닥 거렸는데
평생 처음 눈을 보고 만지고 먹어 봤으니
피노이 여 직원들의 난리치는 모습도 이해가 갔습니다.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워 상하의 나라 필리핀서 온 여직원들은
손끝 발끝 코끝까지 시렸겠지만 마음만은 어느 순간 보다 포근했지 싶어 집니다.
눈을 받아 모아 할로할로(필리핀 판 팥빙수)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다는-
그 소리를 들으니 역시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난 뜨신한 국물이 생각났으니 말입니다^^
서울의 그 무엇보다 하얀 눈이 더 신기했다는 이방인들의 모습을 보니
사계절 뚜렸한 대한민국에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다시 알게 됩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우리 모두 따슴함 넘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 ‘의리’만도 못한 인간관계가 돼서야- (0) | 2014.12.27 |
---|---|
웃는 크리스마스 (0) | 2014.12.24 |
황톳집 짓는 일에 동참해 보니- (0) | 2014.12.05 |
‘내가 죽었다고-’ (0) | 2014.11.05 |
시월 그 마지막 밤을 앞두고 (0) | 2014.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