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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자식이 아니라 동포지요’

by 고향사람 2014. 10. 7.

 

어느 석상(席上)에서 지인이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이젠 자식이 아니라 동포지요.

 

당시엔 무덤덤하게 들었던 말인데

요즘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내 말이 돼 가는 것 같습니다.

하나 있는 아들 녀석이 다 커 버리니 자식보단 동포지간이 맞지 싶어 집니다.

 

필리핀에 있을 때는 타국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근래 들어서는 한국 땅, 그 하늘 아래 같이 있건만 만나는 것은

필리핀 때 보다 더 드문 것 같습니다.

이미 동포지간이 돼 버린 때문인가??? 싶어 집니다^^

 

물론 아들은 국방의무를 대신해 공익활동을 하는 중이라

자주 볼 수는 없지만 달력의 빨간 날 마다 쉬는 까닦에

내 머물고 있는 고향집에도 내려 올수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늘 바쁘다는 핑계로 만남이 성사되지 않습니다.

 

품안의 자식이 자식이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동포가 되고 마는겨-

이 말이 실감이 납니다.

 

살려고 애쓰는 조선족 동포를 보면 애틋한 생각이 들고

일제 강점기 나라를 빼앗기고 동토의 땅에서 고생을 사할린 동포는

생각할수록 가슴이 짠해지지만-

내 아들 동포?는 생각만 해도 답답해 집니다.

 

장가들고 제 자식 낳아 길러보면

동포에서 벗어 나려나-

꿈 같은 생각이겠지만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니

허망한 꿈도 높아만 갑니다.

 

나 역시 내 아버지 밑에서는 동포에 지나지 않았을 터.

그럼에도 내 자식은 내게 동포가 아니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겠지요.

오늘은 아들 녀석에게 전화라도 한 통 해야 겠습니다.

오도 가도 못하는 북녘동포로 전락하기 전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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