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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안경

by 고향사람 2014. 6. 30.

 

 

 

 

50대 초반부터 눈이 침침해져 안과에 갔더니

노안(老眼) 현상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바로 처방전에 따라 안경을 맞추고 돋보기 몇 개 샀습니다.

 

이후 눈은 점점 나빠져 이제는 안경 없이는 아무 것도 읽을 수 없게 됐습니다.

늙어 간다는 것-

이게 노안에서부터 시작이 된다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 며칠 고향집 정리를 하다보니

구석구석에서 안경이 발견됩니다.

작고하신 아버님이 쓰시던 것들입니다.

 

아버님 역시 노안 때문에 돋보기를 여럿 장만 하셨던 것 같습니다.

잔 글씨가 안 보일 때 마다 얼마나 답답 하셨을까.

그런 사정하나 이해하지 못하고 아버님을 대했던 젊은 시절이 후회스럽습니다.

내가 아버님의 늙어 가는 그 모습이 돼서야

-아! 그 때 아버님은 얼마나 서운해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짙어 집니다.

 

요즘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할 때

아버님이 쓰셨던 돋보기를 씁니다.

투박하고 안경 알까지 많이 긁혀 있어 사용하는데 불편해도

이걸 쓰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입니다.

 

지금 살아 계셨으면 아버님의 맘을 참 많이 이해할수 있을 것 같은데-

안경을 만지작 거리다 보면 아버님 생각이 더 간절해 집니다.

아버님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 처럼 무더운 날엔 아버님과 수박 한 통 쪼개 놓고 먹으면

더위도 잊고 마는데-

오늘은 유독 아버님이 보고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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