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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투표장에서-

by 고향사람 2014. 6. 4.

오늘은 지방선거일입니다.

어제까지 선거운동을 했던 후보자들이야

‘진인사대천명’하는 심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면 되고-

 

선거권자들은 빠짐없이 투표를 해서

참신한 지역 일꾼을 뽑으면 됩니다.

선거 공식?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하지만 후보자들이나 각 정당은 투표 결과를 점치면서

머리 굴리기에 심신이 다 복잡할 것 같습니다.

나 역시 투표를 하면서 마음이 심란했습니다.

 

내 앞에는 촌로(村老) 서너분이 투표를 하기위해 줄 서 계셨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진전이 안되는 겁니다.

뭔 일일인가 싶어 자세히 봤더니 노인분마다 지문 확인을 위해

이 손가락 저 손가락을 기계위에 대느라 늦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어떤 분은 서너개의 손가락을 바꿔가면서 지문 채취기에 대고 나서야

지문이 확인이 되는가하면 한 할아버지는 열 손가락을 다 대도

지문이 나오지 않자 서명으로 대신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내 가슴이 찡- 해 졌습니다.

 

모내기로 정신없이 바쁜 철인 요즘-

그러잖아도 피부가 약한 노인분들이 논밭일에 지문이 다 닳아버려

최첨단 기계조차 지문을 확인하지 못해 투표가 진행이 되지 못한 것입니다.

내 차례가 와 엄지 손을 지문 감식기에 대니 바로 파란불이 들어오면서

본인 확인이 됐습니다.

 

순간 내 앞뒤로 서 계셨던 노인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 젊은 놈이 얼마나 놀았으면 지문이 멀쩡헌겨.

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내 어렸을 적, 농번기에는 아버님이 손톱 발톱을 잘라내는 일이 없었습니다.

궁금해서 여쭤 봤더니 아버님은 대답대신 손톱을 내 보였습니다.

내 눈에 띈 아버님 손톱은 비스듬이 닳아 있었습니다.

손으로 모내기 하면서 다 닭아 버려 손톱이나 발톱을 깎을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아니 오히려 손톱이 빨리 자라지 않아 일할 때 마다 생살까지 닳아 없어질 지경이었던 겁니다.

 

이런 경험이 있던지라-

내 앞에서 지문 확인 작업을 하면서 기계가 거부반응을 보일 때 마다

당황하시는 노인분께 이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어르신 천천히 하세요. 전 오늘 시간 많아요^^

 

지방선거 덕분에 투표를 하면서 내 마음이 뜨거워 졌습니다.

후보자들 때문이 아니라 세상살이 열심히 사시는 어른분들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 당선자들도 열 손가락 지문이 다 뭉개지도록 열심히 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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