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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블랙 발렌타인 데이

by 고향사람 2014. 2. 14.

지난해에는 초컬릿 맛을 본 것 같은데-

올해 발렌타인 데이에는 그 향 조차 음미치 못했습니다.

그야말로 블랙 발렌타인 데이였습니다.

 

나만 그런가-

생각하다 마침 서울서 공익근무중인 아들이 생각나 전화를 했습니다.

-초컬릿 좀 먹었냐???

밑도 끝도 없는 내 말이었지만 아들은 용케 알아들었습니다.

 

한참 웃는 소리를 내던 아들이 말합니다.

-아부지. 그게 말예요. 저도 구청 여직원들이 의무?감으로 나눠 주는 것

한 개 얻어 먹었어요. 그 때 까지도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도 깜박했다니까요.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이십대 후반이 되고보니 이젠 초컬릿을 주는 처자도 없다며

실소를 해 댑니다.

한 때는 초컬릿을 갯수가 아닌 바구니로 여러 개씩 받아 왔던

기억이 있는지라 정말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이십대 후반의 아들이 이 모양이 됐는데-

하물며 50대 후반에 발을 들여 놓은 내 입장은 일러 무엇하겠습니까.

더군다나 시골 구석에서 지내다 보니

올 해는 내 손으로 초컬릿을 사기도 힘든 판국이 돼 버렸습니다.

 

블랙 발렌타인 데이-

초컬릿은 못 얻어 먹었지만 다음 화이트 데이 때는

홀가분 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초컬릿을 못 얻어 먹었으니

사탕 달랠 처자도 없겠거니와

사탕을 사줄 대상도 없어 졌으니까 말입니다.

 

그나저나 초컬릿도 못 받은 울 아들놈

이러다간 장가도 못가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