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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새 아버지 자리 좀 알아 볼까유^^

by 고향사람 2014. 2. 10.

-늙은이를 꾸짖지 말고 권하되 아버지에게 하듯 하며(중략)

늙은 여자에게는 어머니에게 하듯 하며-

성경 디모데전서 5장1-2절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교회에 갔다가 한 장로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머님을 잘 모시라는 뜻으로한 권면의 말씀이지 싶어 집니다.

그러잖아도 추운 겨울이면 엄니를 필리핀으로 모셨는데-

올해는 고향집에서 지내시겠다고 하셔 큰 아들인 내가 엄니를 모실양으로

한국으로 들어 왔지만 상황은 정 반대가 돼 버렸습니다.

 

오히려 엄니가 해 주는 따뜻한 밥을 얻어 먹는 형국이 돼 버렸고

내 옷가지도 엄니가 빨아 주는 꼴이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빨래 감을 모아 세탁기에 돌리려고 하면 어느새 엄니가 손빨래를 해 놓습니다.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말려도 ‘그까짓꺼-’하면서 바로 빨아 버리는 겁니다.

 

주방에서 차린 밥상도 손수 들고 안방까지 오시는 통에

모든 대접을 내가 받는 꼴이 돼 버린 겁니다.

게다가 틈틈이 이발에 염색도 해 주시니

난 고향집에 와서 호강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내가 ‘엄니 그러지 마시라’고 볼멘 소리라도 하고 싶지만

그러다보면 엄니를 꾸짖는?? 행위가 될 것도 같고-

암튼 요즘 내 사는 모습을 잠깐씩 돌아 보다가는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이건 아닌데

하면서 말입니다.

 

올해 81세인 울 엄니.

누가 봐도 상노인이지만 아직 눈과 귀도 밝고 정신도 좋으셔

동네 웬만한 집 전화 번호는 물론

노인정서 열리는 윷놀이 말판을 도맡아 쓸 정도로 총명을 간직하고 계십니다.

 

팔십평생 머리 염색을 모를 만큼 새치도 없을 뿐 아니라

성경책도 안경 없이 잘 읽습니다.

50대인 아들은 돋보기를 끼고도 눈이 침침해 책 보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이런 울 엄니를 꾸짖을 사람이 있을까요 ???

 

덕분에 요즘 엄니와 마주하고 있을 땐 이렇게 말한답니다.

-엄니. 엄니는 120세까지는 무탈하실것 같은디유.

어디 새아버지 자리 좀 알아 볼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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