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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그 아우에 그 형이 되려니-

by 고향사람 2014. 1. 10.

우리 속담에 ‘형만한 아우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속에는 ‘그래도 아우보단 형이 낫다’는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

일찍 태어난 덕에 동생보다는 경험이 많으니 당연한 결과 일겁니다.

 

그런데 요즘 내 입장은 전혀 반대입니다.

‘아우만한 형 없다’는 꼴이 돼 있으니 말입니다.

속담까지 바뀌게 할 만큼 내 입장이 난처해진 이유는

아우가 소개한 아르바이트 때문입니다.

 

꼭 1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한달여간 밀린 집안 일을 보고 나니

드디어 내 자유의 시간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겨울 여행도 하고-

친구와 친지도 찾아 보고

서점에 들러 읽고 싶었던 책도 사고 영화도 봤습니다.

 

-역시 한국이 좋아^^ 이 느낌 좀 오래 갔으면 하고 있던중

배관 설비 일을 하고 있는 둘째 아우의 전화를 받게 됐습니다.

 

-성(형) 요즘 시간 좀 있유.

=응. 내가 바쁠게 뭐 있겄냐.

-그럼 며칠 일 좀 헐유.

=그려. 너 새로 산 집 수리할 참이냐.

 

그런데 아우의 대답은 자기 집 일이 아니라

하청받은 설비작업이 있는데 대신 가서 일 좀 도와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손재주가 좋은 아우는 동료들과 팀을 이뤄 일을 하는데

특정 회사의 하청을 받아 주로 배관설비를 해 왔습니다.

 

아우 말인즉 그곳에 가서 일을 하라는 겁니다.

물론 노가다? 보다 훨씬 많은 일당을 주겠다며 말입니다.

선(先) 대답을 한터이고 돈 욕심도 나 엄니한테 말씀을 드리고 경기도

현장으로 갔습니다.

 

평소 솜씨 좋았던 아우와 함께 일한 팀원 일곱명이 나를 보며 반깁니다.

동생 손재주가 좋았으니 그 형이라면 말해 무엇할까-

그런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입니다.

평생 용접봉 한 번 잡아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참 난감했습니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던가-

덕분에 요 며칠 몸살날 정도로 열심히 일하고 있답니다.

 

-형 만한 아우없다는 소리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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