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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아기 나왔단다 - 빨리 까자

by 고향사람 2013. 9. 2.

필리핀서 중장비 사업을 하다보니-

한국에서 수시로 컨테이너를 보내야 합니다.

장비와 부품을 가져와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가끔은 주변 지인들의 부탁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비행기로 가져 오기 힘든 물건들이 대부분입니다.

컨테이너 빈 공간에 싣는 거라서 법에 저촉되는 물건만 아니면

대부분 가져다 줍니다.

 

이번에도 컨테이너 속에 이웃집 짐이 실려 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주 귀한 물건이었습니다.

한국인 산모가 주문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9월초 출산 예정에 맞춰 그 비슷한 때 들어 올 우리 컨테이너에

출산용품과 아기물건을 담은 박스였습니다.

 

그 물건을 실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우와 내가 은근히 긴장을 했습니다.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말이다. 태풍이라도 만나 컨테이너가 지연되면

아기가 먼저 나올수도 있는디.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9월초에 나온다던 아이가 지난 주말에 나온 겁니다.

다행이 출산에 앞서 컨테이너는 까가얀데오로 항구에 도착 됐지만

시민의 날이다 뭐다하며 임시 공휴일이 겹쳐 아직 찾지도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컨테이너 빨리 까야는디- 큰일이다야.

 

다행이 오늘 아침부터 서둘러 컨테이너를 제2 공장 마당까지 실어다 놨습니다.

안에 있는 물건을 빼기도 전에 컨테이너를 실은 트레일러가 진창에 빠지고

포크레인이 연료가 떨어져 주유소까지 왔다갔다 하는 난리를 치렀지만

함께 실려 온 아가 용품은 멀쩡했습니다.

 

물건은 저녁 때 퇴근하면서 가져다 줄까 했다가도

이미 아가가 세상에 나왔으니 한 시라도 빨리 전달해 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전화로 연락을 했더니 애 아빠가 왔습니다.

연신 고맙다는 소리를 하는 애 아빠에게 축하한다는 말만 전하고 물건을 건넸는데-

이번에 가져온 장비들을 정리하는 대로 한 번 찾아 가 볼 참입니다.

 

우리를 긴장케한 아가라서인지 무척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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