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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우리가 너무 헌겨-

by 고향사람 2013. 8. 29.

필리핀에 관심을 갖고 있던 외사촌 아우 친구가

사업환경 조사차 까가얀데오로에 내려 왔습니다.

원래 호주에서 사업을 하다가 비자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던 중

새 사업지로 필리핀을 택한 겁니다.

 

이곳에 내려와 우리 집에서 며칠 머물던 아우 친구는

까가얀이 마음에 들었는지 바로 집을 얻고 살림살이를 장만해 독립을 했습니다.

조만간 어머니도 모셔오고 딸도 데리고 올 참이라고 합니다.

번갯불에 콩 구어 먹는 다더니-

아우 친구가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는 게 그 식이었습니다.

 

아우 친구가 얻은 집은 우리가 살던 곳이었는데-

가격 대비 집 크기나 안전면에서 그만한 곳도 드믈어 잘했다 싶었습니다.

물론 아우가 소개해서 얻게 된 겁니다.

 

냉장고를 비롯해 밥솥 등 살림살이를 사 들이고

쌀과 부식까지 준비하고 나니 우리집에 머물 이유가 없었던지 바로 독립?을 해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저께 아우 친구가 아침 일찍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필리핀 면허증을 만드는데 아우가 도와 주기로 했다면서 말입니다.

 

마침 식사시간이라 밥을 같이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짖굳은 아우가 입을 열었습니다.

-요즘 잠 잘오냐. 밤 12시가 넘으면 이상한 소리가 들린 텐데.

 

처음에는 웃으며 장단을 맞추던 외사촌 아우 친구가

-왜 있잖여. 밤에 고양이가 잘 울지. 그 고양이가 지나가고 나면

꼭 15분 뒤 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릴겨. 그 땐 나가지 말어야.

=왜유.

-더 지내봐. 그럼 자연스레 알게될껴. 하얀

소복입은 여자가 문 좀 열어달라고 애타는 소리는 내가 차마 할 수 없거든.

 

-근디 너 이거 알아. 그 옆집에서 싸움하다가 칼에 찔려 죽은 사람이 있다는 거.

글구 마당에 잡초가 잔뜩한 집 말여 거긴 노인 부부가 사는디. 아마도 할머니가

죽은지 오래될겨. 할아버지는 봤어도 할머니 본 지는 몇 년 됐거든.

내 생각인디 말여. 할아버지가 죽은 할머니랑 그냥 사는거 같어.

 

말이 여기까지 나오자 외사촌 아우 친구는 웃음기가 싹 가셨습니다.

=그게 진짜유. 그래선가 잠을 자도 잔거 같지가 않아유.

-그려 맞어. 우리도 그래서 급히 아랫동네로 이사온겨.

왜 그 집이 여지껏 비어 있겠냐. 그리고 렌트비도 상당히 싸고. 다 이유가 있는겨.

 

그런데 말입니다.

이 소리를 하고난 그날 밤이었습니다.

외사촌 아우가 퇴근이 늦어 이상타 싶었는데 한 밤에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가 41도가 넘는 고열이 나 지금 병원 응급실에 있다고 말입니다.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찔렸습니다.

우리가 괜한 소리를 해서 병이 생겼나 싶어섭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이 40줄이 다 된 놈이 그런 소릴 좀 들었다고

생병이 날까. 그리고 필리핀 귀신은 무섭긴 한데 사람은 해치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말라고까지 했는디-

 

암튼 오늘까지 병원에 있어야 한다니-

병문안을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이번에는 더 엄청난 귀신 이야기를 준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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