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한국에 나갔다 온 외사촌 아우.
한국서 뭘 보고 듣고 왔는지-
갑자기 식탁 차림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멀쩡하게 먹던 밥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온갖 과일과 채소로 채워진 겁니다.
아침 먹으러 내려갔다가
밥 사발은 보이지 않고 과일만 차려져 있어
깜짝 놀라 헬퍼 한테 밥은 어디 있냐고 했더니
이게 아침 식사라는 겁니다.
-뭐시여. 시방 이걸 먹고 출근하라는겨.
내 말이 좀 컸던지 윗층에 있던 아우가 급히 내려 오더니
-형아 내가 오늘부터 과일과 야채로 식단을 차리라고 혔어.
그게 건강에 엄청 좋대.
그러냐 난 건강허니께 그냥 밥이나 먹을란다.
하고 수저를 챙기니 헬퍼가 난처한 표정입니다.
뭔가 집히는 게 있어
-너 아침에 밥도 안한겨.
고개를 끄덕이는 헬퍼.
-참말로 가지가지 헌다. 다음번에 한국 나갔다 오면
아마 야채죽이나 미숫가루 타 마시자는 소리 나오겄다.
궁시렁 거리면서 과일로 배를 채웠지만 이게 당체 아침 먹은 기분이 아닙니다.
-내 도시락이나 이리줘.
그런데 점심 때 밥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풀었더니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입니까.
도시락 반찬이 다 과일과 야채고 밥통에는 옥수수와 삶은 감자 뿐이었습니다.
-이것들이 정말. 나를 토끼 취급하는겨 뭐여.
왜 멀쩡한 밥솥 놔두고 이 지랄덜여.
한국 사람은 밥 심으로 사는거 몰라.
어쨌든 제2 공장 근처에는 식당도 없어 점심까지 과일로 배를 채웠습니다.
하지만 뱃심이 있어야 일이 되지-
온 종일 배가 고파 냉장고만 뒤지다가 일과를 마쳤습니다.
설마 저녁까지야-
하고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또 다시 야채 & 과일.
달라진게 있다면 우유에 콘프레이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외사촌 아우는 딱 한 끼 먹고 지방 출장을 갔고
집에 있는 나만 온 종일 과일에 야채만 먹은 셈입니다.
-지놈도 집에 와서 연속 세끼만 먹어보라고 그랴.
그럼 이게 식사가 되는지 아닌지 알겨.
오늘 아침까지 아우는 출장중이고
난 또 토끼밥을 먹고 나왔답니다.
헬퍼한테 밥 좀 먹자고 했더니 그랬다가는 작은 보스가 절 죽일??? 거라며
엄살입니다.
아그야 나도 보스여. 긍께 저녁은 꼭 밥으로 먹자.
사정하고 나왔는데- 집에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까지 과일만 먹다간 난 빠다이(사망)할지도 모릅니다^^
(관련 사진은 그림으로 쓴 이야기에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필리핀에 살면서 가장 큰 걱정은- (0) | 2013.08.16 |
---|---|
바퀴벌레의 복수?? (0) | 2013.08.12 |
숏다리는 다 빼- (0) | 2013.08.05 |
돈 돈 돈 (0) | 2013.07.31 |
말복이 언제드라??? (0) | 2013.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