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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공장 ‘가드’가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

by 고향사람 2013. 6. 29.

까니뚜안 제2 공장에는 4명의 가드가 밤낮 교대로 근무를 합니다.

이중 요즘 낮 근무중인 쉰아홉살 먹은 가드 ‘데니안’은 외모부터가

정이 넘치게 생긴 피노이입니다.

 

아직 환갑도 안됐지만 앞니도 거의 다 빠지고

배도 불쑥 나온게 맘 좋은 옆집 아저씨를 연상케합니다.

나 역시 그 가드를 처음 봤을 때부터 웬지 마음이 쏠렸습니다.

아마 쉰세대라는 공통분모가 공감이 갔나봅니다^^

 

출 퇴근 때마다 큰 길에 나서 교통 정리를 해 주고

가방 하나라도 들어 줄려고 애쓰는 그의 마음이 여느 피노이와 다른 것도

그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합니다.

그러자니 시간이 나면 그와 이러저런 말을 나누는 사이가 됐습니다.

 

어제께는 자주 찾아 오는 그의 부인에 대해 물어 봤습니다.

암만봐도 그와는 나이차가 제법 난다 싶어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가드가 뜨엄뜨엄 영어로 한 말을 요약해 보니-

지금 부인은 두 번째고 첫 부인은 병으로 죽었답니다.

첫 부인과는 5남매를 두었는데 다 따로 살고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는

세명의 자녀가 있다는 겁니다.

이중 막내는 두 살배기고 말입니다.

 

한국 나이로 치면 환갑인데-

그 나이에 두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으니

녀석을 언제 키울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내 입에서는 짖굳은 말부터 나옵니다.

-힘? 좋네.

 

가드 ‘데니안’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는 듯 씨-익 웃습니다.

앞니 다 빠지고 배불뚝에 나이도 많지만

부인이 하루에도 너댓차레씩 남편이 근무하는 우리 공장을 방문하는 것을 보면

금슬도 이만저만 좋은 것 같지 않습니다.

-거 비결이 뭐여.

 

근데 가드는 대답대신 미소만 짓습니다.

뭔가 자신있는 표정이 숨어 있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지 말고 말 좀 혀봐.

마지못한 듯 가드는 오른 손을 들더니 엄지와 검지 끝을 모아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입니다.

-뭐여 그건 동전을 뜻하는거 아녀. 그렇담 금슬 좋고 궁합 맞는게

돈 때문이란겨.

 

한국은 물로 필리핀 부부들도 최고의 금슬과 궁합은 돈으로부터

시작이 되는 가 봅니다^^

늙은 남편이지만 그 나이에 일하면서 돈을 벌어다 주니-

이보다 좋은 궁합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려 알겄네. 근디 마눌 보다 꼬맹이 생각혀서 오래 살어야뎌. 뱃살 좀 빼고.

인상 좋고 맘까지 좋은 우리 공장 가드. 게다가 힘?까지 좋아

두 살짜리 아이를 두고 있지만 그 원천이 월급봉투라는 현실이

좀 씁쓸하긴 합니다.

 

-하긴 90살까지 건강하게 일하면 되지 뭐.

오늘 아침에도 출근하면서 손 한 번 힘껏 잡아 줬습니다.

오래 오래 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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