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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14페소짜리 머리핀

by 고향사람 2013. 5. 16.

어제 저녁나절이었습니다.

여관 1층에 있는 깐띤(가게)으로 물건을 사러 갔다가

뭔가를 사고 계산을 하는 피노이 아줌마를 보게 됐습니다.

 

동전까지 다 꺼내 계산하는게-

촌부(村婦)의 넉넉지 못한 살림을 짐작케 합니다.

더군다나 아줌마 옆에 바짝 붙어 뭔가를 사달라며 칭얼대는

너댓살 먹은 바바애(여자)의 손자락을 자꾸 처내는 것도

그렇게 보입니다.

 

나 역시 내 물건을 골라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다보니

꼬마 여자애가 진열장에 있는 머리핀을 가리킨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엄마는 않된다며 눈을 크게 떠 보이고-

 

여관생활을 하면서 친분이 생긴 깐띤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머리핀- 그것도 분홍색 핀으로 달라고 말입니다.

주인도 벌써 짐작을 했는지 웃으면서 머리핀을 건넵니다.

-14페소라고 하면서 말입니다.

 

14페소.

한국돈으로 치면 4백원쯤하는 셈입니다.

엄마는 그 돈이 없거나 아까워 아이에게 핀을 사주지 못한 겁니다.

옛날 우리네 엄니들이 그러 했듯이 말입니다.

 

내가 분홍핀을 꼬마에게 건네자

수줍음 많은 아이는 땡큐 소리도 못하고 고개만 숙입니다.

옆에서 엄마가 억지로 인사를 시키지만

인사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의 순수함이 더 좋아 보입니다.

 

아마 집에 가서는 많은 형제들 앞에서 자랑이 심했을 거 같습니다.

어떤 모르는 외국 아저씨가 핀을 사줬다고 말입니다.

14페소 짜리 머리핀으로 행복해 질 수 있는 아이들.

그들의 순박함이 어른이 돼서도 유지됐으면-.

꼬마를 보면서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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