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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난 손빨래 하고- 매니저는 헬퍼 부르고

by 고향사람 2013. 5. 5.

난 손빨래 하고- 매니저는 헬퍼 부르고

 

 

 

회사 매니저하고 여관방 생활을 한지 일주일이 되자

빨래감도 늘어만 갑니다.

티셔츠랑 속옷은 그때그때 빨아 입으며 지내는데

청바지랑 운동화는 좁은 여관방 욕실에서 세탁하기가 용이치 않아

그냥 방에 걸어 놓고 있었는데-

 

피노이 매니저는 망설일 것도 없이 빨래해주는 헬퍼(도우미)를 부르는 겁니다.

그러더니 바지뿐만 아니라 셔츠 양말까지 다 세탁을 주문합니다.

가격을 물어 보니 150페소, 우리 돈으로 4천원 가까이 됩니다.

보스인 나는 손빨래 하고 있고 소위 종업원인 매니저는 헬퍼를 부른 겁니다.

돈이 아까워서라기 보다 셔츠나 속옷 정도는 빨아 입어야지-

하는 게 평소 생각인지라 남에게 빨래를 시킬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달 월급이 1만 페소(한국 돈 27만원 정도)인

매니저도 빨래 도우미를 이용하는데-

난 뭐하는 짓인지 한심한 생각이 들어 세제에 담가 놓은 빨래를

그냥 놔두고 있습니다.

이걸 빨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안서서입니다.

 

여관서 일하는 헬퍼 아줌마도 빨래 감 없느냐고 자꾸 묻는 탓에

더 그렇게 돼 버렸습니다.

매니저 앞에서 빨래나 하고 있으니 보스 체면이 안서는 것도 같고

그렇다고 여름옷 몇 장을 내 놓고 빨아 달래기도 그렇고-

그러던차 마침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텔레비전만 열심히 보는 매니저를 불렀습니다.

-욕실에 담가 놓은 빨래 봤지. 그것 좀 빨아라.

넌 손도 크고 허니께 빨래도 잘 헐껴. 달리달리(빨리빨리) 혀라.

 

녀석의 표정이 확달라집니다.

-내 빨래도 안하는데 왜 보스것을

눈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선택할 여지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보스 말을 안들었다가는 후환이 두려워서 일겁니다.

 

도살장으로 들어가는 소처럼 우거지상으로 욕실에 들어간 매니저.

지금 수돗물을 최대로 틀어 놓고 옷을 벅벅 문지르는 소리가

녀석의 심정???을 가늠케 합니다.

 

-짜샤 그러게 옷 몇가지 된다고 그걸 헬퍼를 부르고 지랄여.

나도 손빨래 하고 있는디. 한 푼이라도 아껴야 잘 살지.

 

오늘 녀석에게 빨래를 시킨게 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녀석이 빨래 비용으로 지불한 150페소면 시골에서는 하루 품삯입니다.

충분히 절약할 수 있는 돈인데-

앞으로 매니저 한테 잔소리 좀 더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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