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담중에 ‘아는 게 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필리핀서 일하는 우리 형제중 외사촌 아우와 내 막내 아우는
재주가 많습니다. 한마디로 아는 게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손재주도 좋아 웬만한 것들은 다 고쳐 쓸 줄 알고
사진이면 사진, 악기면 악기-
다둘 수 있는 것들이 많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는 한국에서 보낸 컨테이너 8대가 도착했습니다.
대부분 중장비가 실려 있었지만
그 속에는 까가얀데오로 교민들이 부탁한 냉장고며 책상 골프채도 들어 있었고
우리가 주문한 피아노도 들어 있었습니다.
이중 피아노 한 대는 우리가 사는 집으로 옮겨 놨는데-
집에 와서 건반을 눌러 보니 꿈쩍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비싼 거라서 고정 장치가 돼 있나 싶어 이리저리 살펴봐도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막내 아우가 건반을 다 분해 하는 겁니다.
-너 그러다 피아노 아주 못 쓰게 만드는 거 아녀???
내 말에도 아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건반을 다 뜯어내고
헬퍼를 시켜 피아노 안팎을 청소 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선풍기를 틀어 내부를 건조시키는가 싶더니 다시 조립을 해 놓습니다.
덕분에 건반이 눌러지고 소리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몇 개의 건반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건반도 소리가 명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조율하는 사람 부르랬잖어.
내 말에 좀 찔렸는지 아우가 대충 조립을 한 뒤 피아노 뚜껑을 닫아 놓습니다.
이 사건? 이후 며칠 뒤였습니다.
한국 출장에서 돌아 온 외사촌 아우가 피아노를 보더니 대뜸 연주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소리가 제대로 날 리가 없습니다.
그러자 외사촌 아우가 물어 보지도 않고 피아노를 분해하는 겁니다.
또 다시 건반까지 말입니다.
자기는 ‘절대음감’이라나 뭐라나-
혼자 궁시렁 거리면서 지금도 아래층에서 피아노 건반을 눌러가면서 조율중인데-. 어제 밤부터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절대못맞춤음감’인가 봅니다^^
솜씨도 재주도 아는 것도 없는 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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