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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살을 뺀다고-

by 고향사람 2013. 3. 21.

우리 집에는 두 명의 헬퍼가 있습니다.

자매 지간인 조이와 제인이 그들입니다.

스무살 안팍의 바바애(여자)들인지라 쾌활하고 부지런합니다.

 

조이는 우리와 같이 산지가 여러해고

그 동생인 제인도 1년 가까이 돼 갑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헬퍼와 주인의 관계가 아닌

한 가족 같은 그런 분위기가 돼 버렸습니다.

 

처음 이들이 헬퍼로 왔을 때는 정말 날씬 했습니다.

잘 먹지 못해 말랐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겁니다.

민다나오 깡촌에서 옥수수 죽으로 연명하던 이들이었기에

어쩜 살과는 거리가 먼 아가씨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와 같이 살다보니 이젠 다이어트 소리가 술술 나옵니다.

 

하긴 가만 보니 둘째인 제인은 옆구리 살이 삐져 나오고

앞 배만 보면 임신한 여자와 다를바가 없게 돼 버렸습니다.

동생 보다 키가 작은 언니 조이는 허벅지가 남자인 나보다도 굵으니-

 

아마 지들도 느꼈나 봅니다.

살이 너무 찐 것을 말입니다.

어저께 밤에는 1층에서 요란한 음악 소리가 나 내려 가 봤더니

주방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두 자매가 전화기에 저장된 음악을 켜 놓고는

댄싱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잠 잘 시간에 이게 뭔 무당 굿 허는 소리여.

하고 소리를 질렀더니 조이가 살 빼느라고 그런다며 머쓱하게 웃습니다.

 

-느그들 살 빠지는 것 보다 내가 먼저 말라 죽겠응께 낮에 해라 니.

빨가벗고 춤을 추든 동네 떠나갈 만큼 소리 지르든 말든 말여.

눈치 빠른 조이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기를 끄는데-

뱃살 많은 제인은 뭔가가 아쉬운가 봅니다.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빼빼 마른 저것들이 언제 살이 오르나 싶었는데-

이젠 살을 뺀다고 저 야단들이니.

 

사는 게 정말 요지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