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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필리핀서 이렇게? 사는 한국인도 있다

by 고향사람 2013. 2. 24.

필리핀서 한 달 쓰는 돈이-

 

월세 방 500 페소

전기세 200 페소

쌀 값 360페소-

 

여기에 약간의 부식비와 교통비(지프니-1회 승차시 7페소)만 쓰고 사는 사람.

그것도 나이 많은 한국인 부부가 있습니다.

 

필리핀 맨 아랫섬인 민다나오 제2 도시 까가얀데오로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들어가면 산시몬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한국으로 비교하면 면 단위쯤 되는 시골입니다.

까가얀데오로를 관통하는 강 중류쯤에 위치한 곳입니다.

 

이곳이 한국서 일하다 정년 퇴임하고 피노이들을 상대로

봉사와 선교를 위해 부부가 선택한 마을입니다.

몇 년 전 관광차 한 번 들렀던 필리핀 촌 동네 인심이 그립고

풍광이 좋아 인생 한 막 쯤은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싶은 마음이 있던차-

마침 직장에서 정년 퇴임하면서 과감하게 이곳을 택한 것이랍니다.

그것도 퇴임하자마자 왔다니- 그 의지가 참 장해 보였습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숯불을 피워 밥을 짓고

전기도 없이 살다가 이제는 중고 가스렌지를 구입해 사용한다는 말을 듣고는

한국인중에 이렇게도 사는 이가 있구나 싶어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좋은 빌리지에서 근사한 집을 빌려 살고

성능 좋은 새 차 뽑아 골프장이나 다니면서 소일하는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집을 빌린 것도 아니고 5백 페소짜리 방을 렌트해

전기세 200 페소를 내고 산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냉장고가 없어 바로 먹을 것만 요리해야 하고 손빨래에-

김치는 보관할 곳이 없어 먹을 생각도 않하지만

공기 좋고 인심 좋은 마을에 사는 것 만도 축복이라며 행복해 하는 이들 부부.

-정말 한국인이 맞냐는 질문만 여러 번 했습니다.

 

가진 돈으로는 의약품을 사 주민들을 치료해 주고

시간이 날 때 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살아가는 재미를 붙인다는

이 부부의 말에 그만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이들 처럼 산다면-

한 달에 10만원 정도 쓰면서 봉사와 선교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젊은 아가씨를 끼고 골프장을 이웃집 드나들듯하며

밤이면 술집에 노름판을 전전하며 돈을 물쓰듯 한다는

일부 한국인들도 많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 선지-

이들 부부의 삶이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한 달에 10만원 정도를 쓰고 살면서도

남을 돕는다는 게 정말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순수와 열정을 겸비한 이 부부를 가끔 만나게 되면서

삶의 의미와 지표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행복은 돈으로 시작되는 게 아니라는-

 

분명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는 아닌 것 같고-

한국에 나가 있는 아우가 돌아오면 함께 그 집을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그들의 선한 마음이 내게도 전염되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