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인스브르크는 참 깨끗하고 잘 정돈된 도시로 기억에 남습니다.
하얀 눈 모자를 쓰고 있는 알프스 산맥을 뒤로 하고
고풍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도시는 관광객의 발길을 잡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특히 이 도시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전철은
영국이나 홍콩의 2층 시내버스 만큼 이국적인 멋을 배가 시켜줍니다.
이 전철이 도심을 지나 갈 때면 모든 관광객이 카메라 렌즈를
이 차에 고정 시킬 정도니까 말입니다.
아우와 나 역시 전철이 지나 갈 때마다 셔터를 눌러 댔지만
뭔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차 호텔서 여장을 풀고 식사를 마친 뒤 산책을 나왔는데-
그곳에서 정차돼 있는 전차를 보게 된 것입니다.
꼭 한 번 타 보고 싶었던 참이라 둘이 얼른 올라 탔습니다.
지체하다가는 그냥 떠나 버릴 것 같은 조바심이 들어 무작정 타고 본 것입니다.
전차가 출발하고 나니 그 때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이게 어디로 가는 건지
요금은 얼마나, 어떻게 지불해야 하는 건지-
여기에다가 우리가 탄 역 이름도 모르고 호텔 이름도 전화번호도 모르고
가이드가 열심히 적어 준 비상연락 전화도 호텔방에 놓고 왔으니
갑자기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아우한테 물었습니다.
너 차비 가지고 있어?
우리가 돌아 올 역 이름은 아니?
호텔 위치는?
아우 역시 나와 별반 차이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급해진 우리는 차장도 없는 전차 안에서 기관사가 있을 맨 앞 칸으로 갔습니다.
우리가 탄 역이 종점이었는지-또 너무 늦은 시간이어선지
손님도 우리 뿐이어서 물어 볼 사람도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다행이 이 전차는 기관사가 요금도 받았습니다.
출발 역 이름도 알려줘 조금은 안심이 됐습니다.
떡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왕 올라탄 전차니 시내까지 들어가서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무식하거나 용감한 짓?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입니다^^
되돌아오는 길에도 전차 노선을 몰라 한 참을 더 헤맨 끝에
무사히 호텔에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늙어 가는 마당에도 뭔 호기심이 그리 많은지-
반바지에 슬리퍼 질질 끌고 다니며 외국 도시를 활보한 기억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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