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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오지랖 넓은 것도 병이여-

by 고향사람 2012. 11. 28.

오지랖 넓기로는 울 외사촌 아우만한 이도 드물겁니다.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같이 사업을 하고 있는 이 아우는

잡상인이 사무실을 찾아 와 물건을 팔면 거개 가지고 온 것을

다 사주곤 합니다.

 

-형 그 사람 손가락 봤어. 새끼손가락이 없더라구. 불쌍하잖여.

그래서 가지고 온 물건을 다 사줬다는 겁니다.

-그러냐. 그럼 발가락 없는 행상이 찾아오면 어쩔건데.

 

한국서 가져 온 상비약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없어 집니다.

아프다는 사람이 있으면 다 나눠주고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는

필리핀 약국을 이용해야 합니다.

-니 오지랖 때문에 못 살겠다. 적당히 좀 하자.

 

그러던 차에 한국에 급히 나갈 일이 생겼습니다.

내 집이 충청도 예산에 있는 터라 당분간 서울에 있는 아우 아파트를

이용할 참으로 연락을 했습니다.

-아우야. 느 집 좀 쓰자.

그랬더니 아우가 시원스레 대답을 합니다.

-형 나도 한국 나가면 우리 집서 못 자는데.

 

뭔 말인가 싶어 따져 물었더니 자기 아파트도 남에게 빌려 줬다는 겁니다.

지방 사택에서 살던 가족 중 일부가 서울로 올라 오면서

마땅히 묵을 곳이 없게 된 것을 알고는 집 구할 때까지 자기 집을 쓰라고 한 것입니다.

덕분에? 아우는 필리핀서 볼일 차 한국에 들어 와서도

자기 아파트에서 묵는 대신 친척집을 전전하는 겁니다.

이 정도면 오지랖 넓은 것도 병 수준입니다.

 

-참 오지랖도 넓다. 니 집 두고 남의 집서 잔다니. 거 말이 되는 소리냐.

아무튼 울 아우 오지랖은 태평양 만큼이나 넓어 보입니다.

은근히 걱정인 것은 과부가 사정하면 형인 나까지 빌려 주겠다는 소리는 안할지-

그런 오지랖이라면 나야 뭐^^

 

오늘은 또 뭔 짓을 벌일지

해가 무사히 넘어 가기만을 고대하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