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한국 나갔을 때 첫 공식?적인 행사에 참석한 게,
동네 어른 둘째 딸 결혼식이었습니다.
천안 근처의 교회에서 진행된 결혼식에서
담임 목사는 모델 뺨치게 예쁜 신부와 신랑 앞에서 주례사를 했습니다.
‘신랑께 묻습니다. 만일 신부가 3층 밥을 지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예.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3층 밥이구나 하겠습니다’
‘신부가 설거지하다가 좋은 그릇을 깨면 어쩔겁니까’
-‘예. 퇴근하면서 그 보다 더 좋은 그릇을 사다 주겠습니다’
이 대화를 들으면서 하객들은 배꼽을 쥐었습니다.
질문도 질문이려니와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신랑이 더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이 보다 훨씬 ‘업 그레이드’ 된 목소리가 그만 하객들을
다 넘어 지게 했습니다. 40대 후반쯤 돼 보이는 어떤 이의 목소리였습니다.
‘살아 봐라. 10년만 살아봐라. 그 때도 그런 대답이 나올런지-’
이 땅의 부부들이 주례사 앞에서의 맹세대로 살고 있다면
작금의 세상이 바로 천국이요, 극락이 된지 오랠겁니다.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며 살라는 주례사의 단골메뉴-.
지금 생각해도 웃음만 납니다.
꽃보다 곱던 신랑신부가 아닌, 웬수가 돼 버린 남편과 아내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3층 밥도 맛나라 먹고,
그릇 깨지는 소리도 사랑의 멜로디로 들리는 신혼시절이 지나고 보면,
이젠 설익은 밥이나 탄 밥이 나오면 밥상 앞에서 중국집 전화번호 눌러 짜장 시키고,
그릇 깨지는 소리가 나면 귀에다 이어폰 꽂는 때가 곧 도래하리니----.
그래서 말이지 신혼부부들아.
십년만 살아봐라. 그 때도 달콤한 소리만 들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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