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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피어싱

by 고향사람 2012. 10. 7.

아들놈은 열여섯 나이에 귀를 뚫었습니다.

제딴엔 귀걸이로 멋을 부려 보겠다고 ‘호기’를 부렸지만

뚫린 구멍의 상처가 날 때까지 혼만 났습니다.

 

방송을 듣던 중에 가수 아무개는 스물여덟에 귀를 뚫었다며,

그 나이에 귀걸이한 놈은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잘 아는 ‘카페’ 친구는 마흔살이 넘어 귀를 뚫었습니다.

그것도 한쪽에 두개씩 말입니다.

 

그 친구의 닉네임은 ‘하얀천사’입니다.

카페 동호인들이 ‘하얀천사’란 닉네임 때문에 여자 인줄 알고

채팅창을 연다고 합니다.

한 참 대화를 하다가 남자라고 밝히면

대부분 기겁을 하고 창을 닫아 버린다고 합니다.

 

처음 이 친구를 만난 것은 산악회 버스 안 이었습니다.

먼저 승차해 있던 나는 나중에 왁자지껄하면서 올라오는 이 친구를 보게 됐습니다.

퍼머 머리를 하고 차에 올라타는 첫 인상도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양쪽귀에 귀걸이를 한 모습을 보고는 만정이 다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연예인도 아닌, 그렇다고 젊지도 않은 인간이 귀걸이를 ‘따블’로 하고 나타났으니

고운 시선을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거리감을 두기에 급급했습니다.

하지만 뚝배기 보단 장맛이라고

하는 행동은 살갑고 정의롭기까지 했습니다.

 

산을 올라갈 때는 힘들어 하는 이들의 배낭도 대신 메어주고

가지고 온 음식도 맘씨 좋게 나눠주는 등

그 배려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산악회에서는 정말 없어서는 안 될 그런 멋진 인간이었습니다

이 후론 형님 동생하는 사이로 발전이 돼 버렸습니다.

 

지금은 귀 뚫은 사내를 보게 되면

저 사람도 맘씨가 좋겠지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이젠 아들놈이 다시 귀를 뚫겠다고 하면 쾌히 허락할 겁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또 다른 의미로 내게 다가옵니다.